‘이름’이란 무엇일까요? 나를 인식하는 수단일까요, 같은 성을 공유하고 이름을 지어준 가족들을 이어주는 끈일까요, 아니면 사랑 혹은 위로에 대한 기억의 상징일까요? 나는 한국에서 ‘미선’으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자라면서 오랫동안 입양 가족들만이 나를 그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미선’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나의 과거. 어쩌면 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너무 찌르듯 아파서 제 스스로가 그 ‘이름’을 잊으려고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 미국 이름처럼, ‘미선’은 오랜 시간동안 나를 입양한 양부모님들에게 불려진 나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미선’이라고 불려질 때마다 저는 낯설었습니다. 미.선. 나를 지칭하는 말임을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는 그것은 내 이름이 아니라 나를 부르는 또 다른 호칭어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흡사 다른 주인에 간 강아지가 새 주인이 예전 주인이 부르던 그 이름으로 나를 부를 때 머리로는 내 이름임을 알지만 가슴으로는 내 이름이 아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