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과 미선] 1. ‘이름’이란 무엇일까요?

조율
조율 · 도서관 덕후.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
2023/11/20
@김미선
‘이름’이란 무엇일까요? 나를 인식하는 수단일까요, 같은 성을 공유하고 이름을 지어준 가족들을 이어주는 끈일까요, 아니면 사랑 혹은 위로에 대한 기억의 상징일까요? 나는 한국에서 ‘미선’으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자라면서 오랫동안 입양 가족들만이 나를 그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미선’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나의 과거. 어쩌면 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너무 찌르듯 아파서 제 스스로가 그 ‘이름’을 잊으려고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 미국 이름처럼, ‘미선’은 오랜 시간동안 나를 입양한 양부모님들에게 불려진 나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미선’이라고 불려질 때마다 저는 낯설었습니다. 미.선. 나를 지칭하는 말임을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는 그것은 내 이름이 아니라 나를 부르는 또 다른 호칭어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흡사 다른 주인에 간 강아지가 새 주인이 예전 주인이 부르던 그 이름으로 나를 부를 때 머리로는 내 이름임을 알지만 가슴으로는 내 이름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느낌일까요? 나는 나의 그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 몰랐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나에게 ‘미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나를 그 이름으로 불렀을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던 나는, 내내 ‘미선’이라고 불리면서도 그때마다 아무런 감정도 들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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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의 힘을 믿습니다. 교육으로 더 나은 세상을 꿈꿉니다. 앎과 삶이 일치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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