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품에서든 젠더박스를 읽어내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비판이 적절한 작품과 ‘덜’ 적절한 작품을 구분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덜 적절한데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작품을 골라 굳이 비판한다면, 그건 작품 속 젠더 재현의 문제보다는 유명세 때문이라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 의혹 속에서 글의 의제와 논점이 곧이곧대로 읽힐리 만무하다.
(주의: 이 글은 최근 악명을 떨치는 글을 계기로 하여 쓰였으나, 이 글을 읽기 위해 그 글을 반드시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읽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단적으로 말해 <슬램덩크>의 여성 재현은 특별히 문제적이지 않으며, 당대 다른 소년만화 가운데서는 오히려 꽤 바람직한 예다. 대상화하는 재현도 드물고 한나 같은 경우는 멋지게 그려진다. 그리고 나도 이번에 발견했지만, 기자 박하진도 있다! 남자 농구가 제재이니 남성 중심 만화인 건 맞을 것이나, 당대의 여성혐오 하중을 버티며 더 나은 재현을 하려 노력한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