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한 번씩 제작사 대표님과 함께 드라마 회의를 한다. 한 달 정도 됐다. 본격적으로 대본 들어가기 전 캐릭터, 에피소드, 구성을 디자인하는 회의다. 드라마 기획 한번 하면서 벌써 수년을 보냈다는 이야기는 쓰면 이제는 지문만 닳을 테고.
"내가 일제시대 예술가가 된 느낌이야."갑자기 대표님이 그러신다. 일제시대 예술가? 말이 재미있어서 피식 웃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 그저 영화만 고집해 왔고, 어딘가에 꽂히면 앞뒤좌우 돌아보지도 않은 채 그냥 그것으로만 돌진해 왔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으신다. 뭔가 생각이 굉장히 많은 것 같은 느낌. 느낌이 아니라, 생각이 많았다, 대표님도. 나와 같이...
요즘 드라마 시장, '가성비 게임판'이다. 돈이 다들 없다는 거다. 요즘 같은 판국에 12화 이상 넘어가는 것은 모두들 부담스럽다고 한단다. 왜? 판돈이 없으니까. 넷플릭스도 16화 드라마 한 편보다는 8화 두 개 올리는 것을 선호한다. 길게 끄는 것 한 작품보다 짧은 것 두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