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역사

토마토튀김
2024/04/17
어려서 4학년 때부터 안경을 썼다. 그때는 허미경이라는 내 친구가(왜 쓸데없이 이 친구의 이름이 기억나는지 모르겠지만) 안경을 쓰고 온 뒤로 나도 안경이 너무 쓰고 싶어서 맨날 사팔뜨기를 감행했다. 그리고, 결국 0.6, 0.4 라는 시력을 쟁취하고는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예민한 나는 안경 다리가 조금이라도 비뚤어지면 아주 하루종일 안절부절못했었다. 그래서 나 때문에 나를 거쳐 간 담임선생님들이 아주 귀찮으셨을 거다. 안경 다리 고쳐주시느라.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는 한참 멋 부릴 때라 렌즈를 끼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영등포 김안과에 가서 시력검사를 하고 하드 렌즈를 끼기 시작했다. 남녀 공학, 개구진 남자애들이 많아서 걔네들하고 싸울 때는 날카롭게 째려보기가 필살기였는데, 그러다가 렌즈가 눈알 뒤로 훌떡 넘어가서 급히 병원에 가서 렌즈를 뺐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다시 안경을 끼다가 대학교 올라가서는 계속 소프트렌즈를 꼈다. 술 먹고 렌즈 끼고 자기는 일상다반사. 렌즈가 빠졌는데 그것도 모르고 눈알의 점막을 잡아 벗기기도 수 번. 내 눈알이 고생을 많이 했다. 이때 나의 시력은 세상에서 우리 아빠 빼고 나보다 나쁜 사람을 못 봤다고 이야기하면 충분하다. 

그렇게 15년 가량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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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으며 글을 씁니다. 에세이집 <시나리오 쓰고 있네>,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 <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가 황서미>를 발간했습니다.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씁니다. 몰두하고 있습니다. 일 년 중 크리스마스를 제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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