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어느 한 시점으로 돌아갈 기회를 획득한다면 그 타임머신을 타고 나는 주저 없이 칠전팔기 오뚝이 친구 배진영을 만나고 올 것이다. 1년 9개월이란 시간 동안 전라북도 정읍의 짧은 시골 생활이 지금까지의 전생애를 걸쳐 내 마음이 말하는 진짜 고향이다. 초등 2학년 여름 방학이 끝나갈 무렵, 우리 네 가족은 전라북도 정읍으로 이사를 했다. 갑자기 이사하게 된 경위를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뒤늦게 엄마를 통해 듣게 된 진실은 아버지의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 요양 겸 자처한 지방 발령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골 학교로 전학하였다.
정읍에서 진영이와 처음으로 점심 도시락을 나눠 먹던 날이 생생하다. 넋을 잃고 그녀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진영이의 밥 먹는 모습은 함께 식사하는 이의 식욕까지 돋워주는 특별함이 있다. 기분까지 좋아지게 만드는 묘한 힘이었다. 또, 진영이의 도시락은 남달랐다. 커다란 양은 사각 통 안에 보리밥, 그 위에 김치나 단무지 고추장 무침 등이 올려있고 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