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국이 아닌 찌개를 끓여라
2022/06/21
지금은 무너져 없어진 다세대 주택 우리 집 옥상에는 작은 텃밭이 있었다.
날이 더워지는 계절이 오면 엄마는 옥상에서 자라는 상추와 청양고추 그리고 쪽파를 가지고 끼니마다 밥상을 채우셨다. 된장찌개에 고기도 없이 쌈 된장으로 상추쌈을 먹으려니 된장에 질릴 법도 하였지만, 우리 가족은 별다른 투정 없이 갓 지은 따뜻한 밥에 호호 입김 불어가며 맛있게 먹었다. 그만큼 엄마의 된장찌개는 자타공인 인정하는 맛이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친구가 놀러와서 엄마가 차려준 된장찌개 밥상에 반해서는 내가 학원가고 없는 날에도 그 맛이 잊을 수 없어 찾아왔다며 얻어먹고 간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다.
그 친구는 2년 전 중학교 때 엄마를 사별하고 새엄마와 사이가 안 좋은 그런 시절이었다.
결혼하여 늘 먹던 그 찌개 맛을 흉내 내어 솜씨를 발휘해 보았다. 아버지가 엄마의 음식을 대부분 높이 칭송하였듯 나도 그런 평을 받을 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돌아온 대답은 “이게 찌개야? 국이지? 국물이 더 걸쭉해야지. 난 군대 가서 하도 질리도록 먹은 게 똥국(일명 된장국)과 동탯국이라서 제일 싫어. 우리 엄마한테 배워서 그렇게 좀 끓여줘”
서운했다. 목울대까지 차오르는 반격의 말들을 삼키며 시댁에 갔을 때 어머니께 그의 음식 투정하는 예의 없음을 고자질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