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지막으로 데이트했던 남자는 봉황 같았다.
좀 기계적인 얘기지만 그는 뭐랄까, 소위 여자들이 "내 이상형은 말이야 ~"하고 좋은 것들을 제약없이 잔뜩 가져다 붙일 때 "정신 차려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 하고 핀잔을 듣기 딱 좋은, 그 수식들 여러가지를 겹겹이 동시에 만족시키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남자였다. 그러니까 뭐 이런거지. 이렇게까지 잘생긴 남자가 이렇게까지 체격이 근사할 일이며 이렇게까지 똑똑한데 이렇게까지 사업을 잘한다고? 운전대를 잡은 그의 옆선을 볼 적마다 나는 생각했었다. 너는 왜 배우가 되지 않았니.
당연히 인간은 정량적으로 측정될 수 있는 혹은 보편적으로 좋은것으로 인정되는 무언가들만으로는 사랑에 빠지기 어려운 존재고 보다 극단적으로 그러해서 자주 곤란함을 겪는 편인 나로선 그가 사랑스럽다기보다 궁금했다. 인류학적 관점에서 이 희귀한 특수종족에 대한 호기심이 컸어.
나는 그가 자체로 신기했다. 와 이런 남자가 실제로 존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