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 가능하다면, 회귀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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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3
안녕하세요. 오늘의 에디터 Zoe 입니다.

혹시 드라마 《환혼》, 보신 분 있으신가요? 이 드라마, 그래도 나름 성공했습니다. 이재욱, 정소민, 황민현, 신승호, 유인수 등 최근 인기 많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고, 마지막 회에서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9.9%, 전국 가구 기준 평균 9.2%로 케이블과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죠. 판타지 사극물이라 유치할 것 같다고 채널을 그냥 돌리신 분이 있다면, 오늘은 조금 기다려 주세요. 오늘은 SF 기반의 작품들을 빌어, 바이오프린팅(bioprinting)과 마인드 업로딩(mind uploading) 등의 개념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지금의 내 몸과 '다른 사람의 몸'을 서로 바꿀 수 있다면

(출처 : Unsplash)

올여름, 고백하자면 제 주말은 늘 드라마 《환혼》과 함께였습니다. (물론 여러분들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추천드리면서, 관련된 레터를 제일 먼저 보내드렸지만요...) 《환혼》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나라인 대호국을 배경으로, 술법으로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인해 운명이 바뀌는 주인공들의 스토리를 그린 판타지 로맨스 활극입니다. 지난 8월 28일 20회를 끝으로 파트 1은 막을 내렸고, 오는 12월 중 10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파트 2가 추가 공개될 예정입니다. 

특히 저는 개인적으로 영혼과 영혼을 맞바꾸는 ‘환혼술’이라는 술법으로 인해 사람의 운명이 뒤바뀐다는 설정이 재밌었는데요. 드라마 《환혼》에서는 다양한 악당들이 본인의 사심을 채우기 위해 타인과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을 부정적인(또는 타락한) 술법으로 묘사합니다. 그리고 그 술법을 가능케 하는 도구인 ‘얼음돌’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모습이 나타나죠. 드라마 속에서 누군가는 노쇠한 몸을 버리고 더 젊은 몸으로 옮겨가기 위해서, 누군가는 더 아름다운 얼굴로 살고 싶어서, 누군가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병든 몸을 떠나 자신의 아이를 세상에 남기기 위해서 환혼술을 선택합니다. 

사실 이 컨셉, 핵심을 따져보면 다들 익숙하실 겁니다. ‘환혼술’이라는 컨셉은 사실 완전히 판타지지만, 자신의 몸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젊고 더 건강하고 더 아름다운 몸으로 옮겨가려는 시도는 사실 인류의 전 역사를 통틀어 지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더 젊은 몸, 더 건강한 몸으로 옮겨가고 싶다는 욕망을 그린 영화들 역시 그동안 계속해서 만들어져 왔죠. 《겟 아웃(Get Out)》, 《더 게임(The Game)》 등의 영화가 대표적입니다. 우리는 왜 이런 작품을 만들고, 이런 작품에 열광하는 걸까요?
드라마 《환혼》 포스터. 사실 아직 앓이 중입니다.... (출처 : Tving)
최근 웹소설 판의 트렌드는 ‘회귀물’이라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새로 연재되는 웹소설의 반 이상이 판타지 회귀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회귀물은 이미 대세가 되었습니다. 웹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대개 현실에서는 힘없는 여고생이거나 피곤함에 찌든 직장인, 기댈 데 없는 천애 고아 등 결핍이 있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어떤 계기로 인해 이들은 죽음을 맞이하고, 다음 세상에서 판타지 속의 주인공이 되어 이전보다 훨씬 아름다운 외모와 엄청난 부를 누리며 소설 속 남주인공과 사랑의 결실을 보죠. 다른 신체로 옮겨가지 않는다면, 이전 생의 기억을 모두 보유한 채 새로운 삶을 시작해 지식의 측면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우위를 점하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더 젊고 건강한 몸으로 내 의식을 옮길 수 있다면, 현실의 결핍은 해소되고 죽음에 대한 공포는 더 멀어지겠죠. 저는 이런 소재에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이 결핍과 공포의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올 미래지만,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죽음 이후의 모습. 현실에 만족할 수 없어, 조금 더 나은 삶을 바라는 결핍 해소의 욕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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