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 4 : 마약과 재능, 그 처절한 경계 위에 서 있던 남자.

조영준
조영준 인증된 계정 · 영화와 관련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2022/12/29
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네이버 영화 [본 투 비 블루] 스틸컷

[넘버링 무비 4] 영화 <본 투 비 블루>
마약과 재능, 그 처절한 경계 위에 서 있던 남자.

01.
1966년 이탈리아 루카, 한 남자가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 식은땀을 흘리며 웅크린 채로 누워있다. 오한이라도 느끼는지 온몸을 덜덜 떨고 있는 사내. 그의 눈앞에는 금색 트럼펫이 하나 놓여있고 그 금관악기의 벨(나팔 모양으로 벌어진 악기의 끝부분) 속의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독거미 한 마리가 천천히 기어 나온다. 그쪽을 향해 천천히 팔을 뻗는 남자. 손가락 끝마디가 채 닿기도 전에 문이 열리며 교도관이 들어선다. 그의 석방을 위해 헐리우드에서 손님이 왔다면서. 
 
수용소에 갇힌 한 남자의 초라한 모습으로 시작하는 로버트 버드로 감독의 영화 <본 투 비 블루>는 세계적인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Chet Baker)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My funny valentine’으로 대표되는 그는 낭만적이면서도 우울한 감성의 연주와 노래로 웨스트 코스트 쿨 재즈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잘 알려져 있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예술가이면서도 마약과 여성 편력 등의 개인적인 문제로도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던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줄곧 헐리우드의 주목을 받았다. 어떤 감독이 그의 삶을 스크린에 녹아낼 것인가 하는 문제와 또 어떤 배우가 그의 역할을 맡을 것인가 하는 문제만 남아있었을 뿐. 
 
2010년을 전후로 실존 인물 혹은 역사 속 인물 혹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스크린으로 옮겨지는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쳇 베이커의 삶을 영화로 담아내는 일 역시 다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다. 실제로 이 영화 <본 투 비 블루>가 개봉했던 2016년 당시를 돌이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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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 영화 칼럼 <넘버링 무비> 정기 연재 부산국제영화제 Press 참가 ('17, '18, '19, 22') 19'-20' 청주방송 CJB '11시엔 OST' 고정게스트 (매주 목요일, 감독 인사이드) 한겨레 교육, 창원 시청 등 영화 관련 강의 및 클래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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