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포르노가 되다: <나는 신이다>를 둘러싼 논의를 보며

윤지슬
윤지슬 · 콘텐츠를 다루고 만듭니다
2023/04/28
내 인생이 포르노가 되는 상상을 해본 일이 있는가? 나는 내가 입은 범죄 피해를 입증하려던 순간에 그런 상상을 했다. 어릴 적 지속적으로 당한 성범죄를 사건화 했으나 가해자는 벌을 받지 않았다. 의의신청을 준비하는데 공소시효나 증거불충분 같은 말들이 나를 두렵게 했다. 가해자를 너무나 벌하고 싶고 그래서 나의 피해가 피해였다는 사실을, 그 사실을 인정받아 보상받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존엄을 회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절박한 마음으로 탄원을 모았고 사건이 기사화되게 도와준 분도 계셨다. 아,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존엄함을 되찾고 싶어 애쓰는 과정에서 나의 존엄이 무너질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성범죄에 관한 언론보도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알았다. 아주 질 나쁜 방식이 아니더라도, 그건 대개 피해자에게 얼마쯤 상처를 남기는 구석을 갖고 있었다. 가장 아픈 순간은 가장 자극적인 언어로 묘사되고, 어렵게 회복해내려는 일상의 분투는 비참한 이미지가 되어 매체에 게시됐다. 그러니 내 이야기도, 아니 다시 말해 아주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나의 삶도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불행포르노’가 되어 소비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던가. ‘자극적으로 보도되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그래서 경찰 수사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친다면, 참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리 되어도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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