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쾌락, 긴 고통... '도파민 중독'의 현대인들
2022/06/03
스탠포드 대학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이 학교의 중독치료센터 소장인 애나 렘키는 저서 <도파민네이션>의 첫 부분에서 자신이 진료한 60대 남성 환자, 제이콥의 사례를 소개한다. 점잖은 차림새, 깔끔한 외모로 병원에 나타난 제이콥은 누군가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는 자위행위에 깊이 중독된 상태였다.
제이콥은 두세살때부터 자위행위를 시작해 10대 때도 매일같이 했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 대학생 시절에는 LP플레이어를 개조해서 자위 기계(?)를 만들어 몇시간씩 그 행위에 심취했다. 결혼 후에는 한동안 뜸해졌지만 홀로 출장을 간 호텔에서 다시 폭발하고 말았다. 밤새 포르노를 보며 자위행위를 하느라 중요한 세미나 발표 준비조차 소홀히 해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멈출 수가 없었다. 엔지니어인 자기 기술을 활용해 더 업그레이드된 자위 기기를 제작했다. 성기에 저주파 전기 자극을 줘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방식인데 자극 루틴을 소프트웨어로까지 제작해서 즐기는데 썼다. 그걸로도 모자라 자위 행위를 서로 보여주는 채팅방에 접속해서 남들을 구경하고 자신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결국 이 모든 걸 알아챈 아내가 그를 떠났는데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아니, 멈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위 기계를 분해해서 내다 버렸지만 다음날 새벽 다시 쓰레기통을 뒤져 기계를 재조립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그는 중독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겠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제이콥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렘키 교수는 한때 자신 역시 ‘로맨스 소설 읽기’에 거의 중독되다시피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성적인 긴장감을 묘사하는 장면들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잠도 안자고,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으면서까지 책 읽기에 몰두했던 것이다. 렘키 교수는 중독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그것을 지속적, 강박적으로 소비, 활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우리가 일요일 밤 침대에 누워 자정이 넘도록 웹툰을 정주행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