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 영화가 독립영화계에 던지는 시사점
2024/05/31
한국 독립영화 감독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을 꼽으라면 역시 홍상수라 답할 밖에 없다. 독립영화의 정의란 언제나 모호하지만 대규모 자본으로부터의 독립과 감독 의도의 관철이란 점에서 홍상수의 영화는 늘 독립적이었다. 메시지는 물론이요, 서사와 촬영, 배우들의 연기에 있어서까지 홍상수의 작품들은 독립영화의 관계성을 선명하게 드러내왔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다시 보다: 25+50' 섹션으로 소개하는 <오! 수정>은 2000년 제작된 홍상수의 세 번째 장편이다. 전주국제영화제의 25주년, 한국영상자료원의 5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이 섹션에는 유독 2000년에 개봉한 작품이 많이 포함돼 있다. <오! 수정>을 비롯하여 봉준호의 <플란다스의 개>, 류승완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그렇다. 이들 세 감독이 향후 20년의 시간 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거듭났음을 고려하면, 2000년이 한국 영화사에 있어 특별한 해였음이 분명하다.
상업영화 감독으로 정점을 찍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봉준호와 류승완이다. 그러나 이들이 2000년에 발표한 데뷔작은 철저한 독립영화였다. 독립영화가 아직 자본이나 사회적 자산을 쌓지 못한 신예들로 하여금 개성을 펼칠 수 있는 장으로써 기능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즉 독립영화판이 활성화되면 다양한 색깔을 지닌 신예들이 등장해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내보일 수 있다. 다양성을 근간으로 하는 예술, 또 영화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이보다 나은 길은 없다. 독립영화를 한국 영화감독, 영화계, 나아가 한국 문화산업 전반의 자산으로까지 평가하는 이유다.
<오! 수정>을 소개하며 굳이 독립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푸는 건 홍상수의 특수성 때문이다. 2000년 당시만 해도 주목받는 젊은 감독이던 홍상수다. 그는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1998년 <강원도의 힘>에 이어 세 번째 장편으로 <오! 수정>을 찍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