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투병일지] 4. 암에 걸리면 다들 친절해진다

문희정
문희정 · 작가. 아이와 글을 부둥키고 삽니다.
2024/04/16
[갑상선암 투병일지] 
암에 걸리면 다들 친절해진다


24. 3. 18
그동안 수술 전 치과치료가 큰 숙제였다면 이번 주는 친구들 만나기에 주력하고 있다. 검사를 위해 금요일 아침에 서울로 올라가서 일요일 낮까지 매일 약속이 있다. 내 소식을 들은 친구들의 연락이 오면 ‘그래 수술 전에 얼굴 한 번 보자. 맛있는 거 먹고 힘내.’ 같은 이야기들이 단순한 텍스트가 아닌 진짜 만남으로 이어졌다. 암을 앞두고는 '언젠가'나 '나중에' 같은 막연한 약속은 하지 않았다.

밥은 꼭 친구들이 샀다. 메뉴는 몸에 좋은 것 혹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마치 생일처럼.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는 걸까 미안할 정도로 맛있는 것들을 먹었다. 문어와 낙지, 새우, 전복, 닭이 들어간 해천탕을 먹고 곱창이랑 막창을 먹고 떡볶이를 먹고 스테이크를 먹었다. 친구들이 커피도 사주고 술도 사줬다. 매일매일이 파티 같았다. 살도 1킬로가 더 쪘다.

친정에 갔더니 외할머니가 봉투를 주셨다. '일하다 맛있는 거 사 먹어라.'고 주셨지만 암에 걸린 손녀가 짠해 주신 거다.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으로 말과 마음을 대신하고 싶으셨던 거겠지. 한 달에 한 번 정도 외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오시는 작은 외삼촌도 봉투를 주셨다. 잠바까지 입고 소파에 앉아계셨던 걸 보니 아마 내가 들어오는 걸 기다리셨던 것 같다. 젊은 애가 왜 그런 게 걸리냐며 건네주신 봉투는 열어보기 죄송할 정도로 두껍다. 그 봉투에는 나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외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엄마의 새로운 근심거리를 위로하는 두툼한 마음이 들어있을 것이다.
아프니까 미안할 정도로 고마울 일이 많다.

사노 요코가 쓴 <사는 게 뭐라고>에 암에 걸리면 사람들이 잘해준다는 대목이 나온다. 나도 암 진단을 받은 후에 읽기 시작한 책이라 무척 공감했다. 그녀가 했던 말처럼 우울증 보다 암에 걸리는 편이 나은지는 우울증을 앓아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우울증은 공감할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외상이 없어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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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기록하던 습관이 직업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고 글쓰기를 가르치며 1년에 한 권 책을 만듭니다. 아이와 있는 시간을 가장 사랑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읽거나 쓰며 지냅니다. 저서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외 다수. 1인 출판사 문화다방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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