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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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쟁

방사능 오염수와 국제 RRT

박용섭
박용섭 인증된 계정 · 평범한 물리학자의 TMI
2023/05/23
오늘은 그림 한 장도 없는 글.

오래전에 근무 했던 기관이 우리나라의 국가표준 대표기관이다.  거기 다니면서 알게 된 이야기다.

시작은 이렇다. 
내 앞에 있는 5 미터 강철 줄자에는 1 mm 간격으로 눈금이 있다. (숫자와 단위 사이는 한 칸을 띄도록 되어 있는데 이걸 잘 지키는 출판물이 많지 않다. 이걸 알고 있는 나도 그렇다 ㅠㅠ) 그런데 이 1 mm 간격은 얼마나 정확한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는가? 길이를 측정하는 다른 장치들, 예를 들어 마이크로미터나 버니어 캘리퍼스 같은 장치와 비교해 볼 수도 있겠는데, 거기 눈금이 정확한지는 누가 보증하는가? 

당연히 이런 생각을 내가 처음 했을리는 없다. 멀리는 진시황이 시작했고, 가까이는 근대 프랑스에서 측정표준을 제정하면서 했던 생각이다. 국가 차원에서 이런 질문에 답을 하고 대책을 세우라고 소위 국가표준 대표기관 근거 법이 존재하고 연구소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고 미국에서는 NIST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영국에서는 NPL (National Physical Laboratory)이다.

이 기관들이 하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 "국가 측정 원기"를 확립하는 일이다. 비교적 최근에 1 m 표준의 정의가 바뀌기 전에는 실제로 어떤 물건의 길이를 1 m 라고 정해서 썼던 적이 있다. 그러면 이에 가장 근접한 길이의 "물건"을 국내에 만들어놓고, 이게 우리나라에서는 1 m 라고 우기는 것이다. 이게 어느정도 성공하면 그 다음에 하는 일이 "보급"이다. 이상적으로는 내 앞의 줄자를 원기와 비교해서 교정을 하면 되겠다. 하지만 그것 보다는 줄자를 만드는 기계를 교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그런데 줄자 만드는 기계를 매번 원기에 가져갈 수는 없으므로 원기와 유사한 이동 가능한 모조품을 만들면 좋겠고, 그걸로 줄자 만드는 기계를 교정하면 되겠다. 그런데 원기에서 이 모조품으로 가면서 아무래도 오차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을 "불확도가 ...
박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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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 고체/응용 물리 실험 전공.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싶어 함. 물리학/반도체/컴퓨터/디스플레이/양자기술/인공지능 최신동향과 바이오 기술에 관심이 많음. 공저 <물질의 재발견> (2023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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