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과 학살의 근거로 악용되는 성경 구절

유용선 (兪勇善)
유용선 (兪勇善) · 일상의 구슬을 꿰어 인생을 이어나감.
2023/04/26
너희의 주 하느님께서 그들을 너희에게 넘겨 치게 하실 것이다. 그때에 너희는 그들을 멸망시킬 것이며 그들과 어떤 약속도 하지 말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지도 말아라. (신명기 7:2)

구약성서에 따르면, 히브리 민족은 모세의 영도 아래 이집트를 벗어나 40년에 걸친 광야생활을 마친다. 이후 그들은 자신들의 국가를 세우기 위해 다른 부족들의 영토를 빼앗기 시작한다. 이때 내세운 명목 두 가지는 “하느님이 약속하신 땅을 되찾자!”와 “우상 숭배자들을 척결하자!”이다. 

고대이집트 당시의 히브리는 하층 계급이었지 민족을 이루지는 못했었다. 국가는 더더욱 아니었다. 따라서 그들은 이집트처럼 제국을 이룬 민족이나 작은 국가를 이룬 다른 부족들과 달리 ‘이름이 있고 눈에 보이는 신’을 섬길 수 없었다. 그런 처지에서 그들의 상상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뿐인 유일신 창조주로 귀결되었다. 

부족 연맹체인 히브리 민족은 조물주를 우호적으로 인격화하고 공동 조상 설화를 구축해 자신들을 혈통 관념으로 묶었다. 그들은 신이 아브라함에게 약속했다는 이야기를 근거로 가나안 즉 팔레스타인 정복에 나섰다. 그들이 내세운 신은 특정인의 신이 아니라 당시 인간이 상상해낼 수 있는 최강의 신이었다. 혼자서 창조와 유지와 파괴를 다 할 수 있는 신. 그들은 진정한 신은 유일하다면서 정작 존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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