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파업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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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oazim 인증된 계정 · 아줌마, 의사, 연구자
2024/04/01
이 글은 2020년 전공의 파업 이전에 쓴 글입니다. 

2020.8.20 
<파업전야>라는 전설적인 노동운동 영화가 있다고 들었다. 나는 보지 않았다. 사실 내심으로는 '내가 깨어있는 시민이기는 해도 그런 것까지 볼 정도로 운동권은 아니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이젠 깨어있는 시민도 '깨시민'이라는 이름의 일종의 기득권 세력의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 난 어느 쯤에 있나. 언제나 회색분자인가. 아니 어느 쯤에 있는게 중요한가.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때 본과 4학년이었다. 학생회가 운동권이어서, 과격해서 싫다고 하던 동기 선후배들이 누가 봐도 강경한 발언을 하고 파업에 동조하지 않는 자는 배신자들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파업이 시작될 시점으로부터 약 반년 전에 의약분업의 당위성에 대한 기사를 교지에 쓴 자는 나였기에 파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없었다. 다행히 교지의 열독률이 높지 않았기에  나는 십자가에 못박히지는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평소에는 '의사의 사회적 책무와 양심 운운하면서 고고한 척 하더니 실제 투쟁이 필요할 때는 비겁하게 빠지는 학생회관 운동권 패거리'들 중 한 놈으로 간주되었고, 의료를 바로세워야 한다는 파업의 취지에 부분적으로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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