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게 능사는 아니다

김형찬
2023/08/10
“지금까지 잘 버텨내셨네요. 그런데 이제는 몸이 더 이상은 어렵다고 합니다. 말씀하신 증상들은 상관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줄기에 매달린 고구마처럼 하나로 꿰어집니다. 이런 경우에는 두더지잡기 게임처럼 하나를 잡으면 다른 곳에서 다른 증상이 튀어나와요. 그걸 일일이 따라가다 보면 나중에는 몸도 마음도 황폐해지고 맙니다. 이제까지의 치료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흐름을 바꾸지는 못한 것 같아요. 앞으로는 두더지가 나오는 패턴을 이해하고, 게임기의 전원을 끌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해 보죠.”
   
상담하고 환자의 몸이 보내는 신호들을 하나씩 확인하면서,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앞에 놓인 삶을 최선을 다해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자주 자신이 가진 장점이나 개성을 죽이고, 사회나 다른 사람이 정해준 틀에 자신을 애써 맞추고 참고 지내 온 환자를 만난다. 마치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기준에 맞추지 않으면 더 큰 일이 생길 것이 걱정되어서, 때로는 오랫동안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새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고 스스로 여기게 되어 그렇게 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맞춰가는 삶은 스트레스를 발생시키지 마련이고, 이것이 적절하게 풀어지지 않고 쌓이면 다양한 병이 된다.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를 치료할 때는 가끔 애를 먹기도 한다. 환자가 하는 말과 몸이 보여주는 신호들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Jose Antonio Alba님의 이미지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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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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