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은행도 공범이다

alookso콘텐츠
2023/11/02
📝 에디터노트 
수원, 부산, 대전, 청주 등 전국 각지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수원에서는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만 총 976세대, 피해액은 1,298억 원에 달하는데요. 해당 주택들은 임대인이 자기자본 2%만으로 수십 채의 건물을 매입한 ‘무자본 갭투자’ 였습니다. 대전의 전세사기 역시 피해건물 233채에 근저당권 총액이 1,459억 원에 달합니다.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피해자들은 은행과 금융 당국의 무분별한 과잉 대출에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또 특정 은행과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데요.
전세사기, 은행과 금융 당국의 책임은 어디까지로 봐야 할까요.

게티이미지뱅크, alookso 유두호
 

📌 전세사기 주범과 은행의 유착 의혹, 피해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정우현 (가명) / 수원 전세사기 피해자

집을 구하던 당시에 이직 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디딤돌이나 전세자금 저리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신용대출을 받아야 했는데, 마침 공인중개사가 대출을 소개해주겠다고 해서 그렇게 진행했어요. 당시 수원에서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대출 받는 게 흔하다고 알고 있었고, 어차피 은행에 직접 찾아가도 대출이 쉽지 않으니까요.
공인중개사무소에 하나은행 담당자가 와서 대출 서류를 작성해줬고, 그 분이 준 명함을 가지고 지점에 갔더니 VIP실로 안내하더라고요. 일반 창구가 아니라 VIP실에서 팀장이라는 분과 1:1로 서류 접수를 했는데, 특별히 뭘 묻지도 않았어요. 잘 진행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계약 진행하면 될 것 같다, 라고 하고 그 집에 대해서도 근저당이 많이 설정돼 있다거나 하는 설명은 단 한 마디도 없었어요. 순조로웠죠.


배득현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수원대책위 간사 

다수의 피해자들이 대출 과정에서 정 씨의 이름만 대도 대출이 쉽게 되거나, 공인중개사가 대출할 은행과 지점을 직접 소개해줬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수원 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파악된 대전지역 전세사기 피해건물은 총 233채로, 피해보증금은 1537억 원에 달하는데요. 이중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이 확인된 건물은 156채로, 이 건물들에 대해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은 새마을금고 125채, 신협 31채로 확인됐습니다.
 

정창식 / 대전 전세사기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11월 1일 기자회견)

대전 전세사기 피해건물 중 한밭새마을금고에서 실행한 담보 대출 건수가 무려 전체의 36%입니다. 두 세 번째 피해를 준 금융권은 5~6%로 한밭새마을금고가 압도적으로 피해를 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임대인의 재무 건정성에 대한 고려와 심사없이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십수 억의 대출을 승인하고, 또 다른 건물을 담보로 십수 억의 대출 승인을 해주며 끝도 없이 대출을 남발한 한밭새마을금고의 무분별한 대출승인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 임대인이 금고로부터 수백 억의 대출을 받아 수천억 원 대의 전세사기를 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대출을 승인해준 한밭새마을금고의 내부 공모 혹은 뒷배가 있지 않는 한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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