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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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8
(이미지 출처: Nicolai Berntsen on Unsplash)

미국 정치에는 패턴이 있다. 한국에 비하면 워낙 변화가 느린 나라이기도하고 (그보다는 한국이 변화가 많고 빠르다고 하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거다) 양당제 민주주의의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유권자들의 행동을 예측하기가 쉬워진 탓도 있다. 한국의 경우는 서구의 민주주의를 가져와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독재를 겪었고, 이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틀을 깨고 전례를 부숴야 했지만 그럴 필요가 거의 없는 나라에서는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예전에 했던 방식을 반복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같은 일이 두세 번 반복되면 그걸 중심으로 특정한 삶의 방식(way of life)이 형성되는데, 사람들은 삶의 방식을 바꾸는 걸 몹시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형성된 패턴 중 하나가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패배한다"는 거다. 여기에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우선 중간선거(midterm elections)라는 건 대통령 임기 4년 중 2년째에 치러지는 선거를 말한다. 물론 대통령이 이 선거와 무관하지만, 대통령이 속한 당의 패배는 대통령의 실적에 대한 평가로 여겨지기 때문에 남은 임기 2년 동안 추진해야 할 어젠다를 끌고 갈 수 있는 동력(=여론, mandate)이 생기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된다.

더 중요한 건 의회의 뒷받침이 없이 대통령이 혼자 추진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 따라서 대통령은 자신의 당이 의회를 장악해야 하려는 일을 수행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중력(Gravity)

여기에서 여당이 중간선거에 패배한다는 게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특정 대통령이 당선되던 해에 의회의 구도는 제각각이겠지만 (예를 들어 공화당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하원은 민주당, 상원은 공화당이 과반수를 차지했을 수 있다) 그 구도를 더 유리하게 바꾸거나, 이미 유리한 구도였으면 지킬 수 있으면 성공한 거다.

그런데 미국 정치의 패턴을 보면 집권당은 중간선거에서 거의 예외 없이 패한다. 너무나 분명하게 반복되기 때문에 이는 중력처럼 자연의 법칙이라는 말까지 있다. 그래서 집권당이 중간선거에 승리하려는 것은 중력에 도전하는(defying gravity) 일이라고 한다.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일어나기 힘들다는 얘기다. 가령 2016년에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 승리했을 때 공화당은 의회에서 상하 양원을 모두 휩쓸었다. 하지만 2년 후인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을 되찾았다. 따라서 "공화당은 중간선거에서 졌다"라고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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