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번의 ‘진심’… 씁쓸함과 온기가 교차한 그날 대법원 [이시우, 향년 12세 6화]
2024/07/18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로 살다보면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재판 있을 때마다 찾아와줘서 감사해요, 기자님.”
그러면 나는 “회사에서 취재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준 덕분”이라며 겸손하게 답하는 식이었다.
일주일 전 대법원에 갔을 때는 김정빈(가명) 씨가 내 손을 맞잡고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자긍심보다 부끄러움이 먼저 느껴졌다. 정빈 씨 손을 잡고 “어머님께서 고생 많으셨다, 다음 재판에 또 오겠다”고 말할 뿐이었다. ‘이시우, 향년 12세’ 프로젝트는 제보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2월 계모와 친부의 학대와 방임으로 열두 살 시우가 숨을 거둔 ’인천 초등학생 아동학대 사망사건’.
안타까운 죽음에 대중들은 분노했다.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사건 발생 이후 약 반년 동안 무려 650여 건(네이버 기준)의 기사를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정치권도 움직였다. 국회는 사건 이후 반년 사이 4개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런 관심이라면 이제라도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안전한 울타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게 했다.
내가 이시우 군 사건을 취재하기 시작한 때는, 시우의 1주기 기일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어 있었다. 세상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았다.
언론의 뜨거운 취재 열기도, 정치권의 관심도 시들해졌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해요”라는 시우의 친모 김정빈(가명) 씨의 말. 그의 곁에는 소수의 그 지인들만 남아 그를 지키고 있었다. 아직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도, 어딘가에서 학대받고 있을 또 다른 아이들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