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재판장님... 드라마 <유어 아너> 후기

채희태
채희태 · 낭만백수를 꿈꾸는 교육사회학도
2024/09/13
드라마 <유어 아너> 포스터, 출처: ENA
유어 아너(Your Honor)는 미국 법정에서 판사를 정중하게 부를 때 쓰는 말이다. 번역하면 "존경하는 재판장님" 쯤 되겠다. 아마 미국에서는 ‘Your Honor’라는 말로 판사를 부르며, 판결을 내릴 때마다 자신의 명예(your honor)를 잊지 말라는 뜻에서 비롯된 표현인 것 같다. 하지만, 드라마 <유어 아너>는 근대 이후 대부분의 법치국가에서 판사에게 부여한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명예가 얼마나 하찮은지 처참하게 까발린다. 그리고, 하늘을 유영하던 그 명예는 바닥을 뚫고 급기야 저 깊은 땅속까지 추락해 버린다.

아들을 지키기 위해 명예까지 던져버린 송판호는 결국 아들을 지키지 못한다. 그리고 김강헌은 둘째 아들의 복수를 위해 자신의 가진 모든 권력을 총동원하지만, 사랑하는 막내딸까지 잃을 위기로 몰린다. 판사라는 최고의 명예를 가진 송판호도, 막강한 힘과 부라는 권력을 가진 김강헌도 그보다 훨씬 사소한 명예와 권력을 가진 이들이 만들어 낸 복잡한 변수를 통제하지 못해 결국 무너진다. 그리고 송판호에서 김강헌으로 이어지는 독백을 통해 자신들의 오만과 자만에 대해 반성한다. 

송판호: 난 내가 사람의 죄의 무게를 달고, 그 무게에 맞는 벌을 내리는 권리를 가졌다고 생각했어. 너무 오만한 생각이었지. 어차피 인간의 죄는 어떤 형태로든

송판호+김강헌: 합당한 처벌이 일어나거든. 

김강헌: 인간의 관계에 의해서 벌어지는 일들로 말이야. 내가 그동안 지은 죄를 숨긴다 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어. 결국엔 그 죗값을 받게 되더라구. 아무리 버둥대고 도망쳐봐도 죗값은 반드시 찾아오게 돼 있어. 
상현이가 죽은 건, 그동안 아무도 모르게 저지른 내 죗값일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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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백수를 꿈꾸는 프리랜서 콘텐츠, 정책 기획자, 사회 현상의 본질을 넘어 그 이면에 주목하고 싶은 兩是論者. <백수가 과로에 시달리는 이유> 저자. ZDNET 코리아에 칼럼 "IT는 포스트노멀 시대의 나침반이 될 수 있을까" 연재. 공주대학교 평생교육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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