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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서 시작하는 미래 혁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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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9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는 뇌 신호를 해석해 컴퓨터나 다른 기기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뇌 신호를 수집하고 해석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하는 장치 및 소프트웨어를 모두 일컫는다. 다음과 같은 단계로 구성된다 [1] (그림 1).
[그림 1]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시스템의 구성 및 작동 원리. 내용 출처: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삼성경제연구소.

뇌 신호는 비침습적 또는 침습적 방법을 통해 측정할 수 있으며, 필터링, 노이즈 제거, 특징 추출 등의 신호 처리 과정을 거친다. 이후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이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의 의도를 해석하고 예측하며, 최종적으로 해석된 사용자 의도가 컴퓨터나 외부 기기로 전달돼 로봇 팔 제어, 커서 이동, 텍스트 입력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뇌 신호를 측정하는 두 가지 방식

인간의 뇌는 단단한 두개골 내부에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뇌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할 수 있을까. 뇌 신호를 측정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2] (그림 2).
[그림 2] 침습적 및 비침습적 뇌 신호 측정 방식. [2].


침습적 방식은 수술적 과정을 통해 두개골 안의 대뇌에 센서를 부착하고,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신호의 품질 지표인 신호 대 잡음 비가 높은 정밀한 신호를 얻을 수 있지만, 수술에 따른 위험성과 높은 비용이 단점이다. 뇌에서 발생한 신호를 두개골 안쪽에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신경 질환을 치료하거나, 기술 고도화를 위한 연구에 사용된다.
 
비침습적 방식은 두피에 전극을 부착하거나 외부에서 센서를 통해 뇌 신호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잡음이 단점이지만 비용이 적고 사용이 간편해 실생활에 적용하거나 연구를 위한 실험에서 널리 사용된다. 뇌전도는 대표적인 비침습적 뇌 신호 측정 방식이다. 시간 해상도가 높아 실시간 뇌 신호 분석에 적합하다.
 
 

혁신의 최전선, 뇌 신호 해석 AI

뇌 신호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AI는 이러한 신호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사용된다. 뇌 신호를 딥러닝 기술로 분류하거나 뇌 신호에 기반해 다양한 출력을 생성하는 등 AI를 활용한 뇌 신호 패턴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뇌 신호로부터 영상, 이미지, 텍스트 등을 재구성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최근 일본 오사카대에서는 시각 자극을 받을 때의 뇌 신호를 이미지 생성 AI 모델인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을 통해 사진 이미지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3]. 미국 텍사스대에서는 사람의 뇌 신호를 측정해 상상한 내용을 문장으로 재구성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해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했다 [4]. 스위스 로잔연방공대는 뇌와 척수 사이의 신호를 무선으로 연결해 사지마비 환자가 다시 자연스러운 걸음을 회복하게 하는 데 성공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5] (그림 3).
[그림 3] 하반신 마비 환자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통해 걷고 있는 모습 [5].

AI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두 기술의 융합은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척수 손상 환자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통해 생각만으로 보조기를 제어하거나 개인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뇌 신호 분석을 통해 알츠하이머 환자의 초기 진단, 발작 예측 및 조기 경고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는 2023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고 2024년 첫 번째 환자를 대상으로 뇌 임플란트 실험에 성공해 의료 기술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뉴럴링크는 사용자의 뇌에 텔레파시라는 이름의 칩셋을 이식해, 생각만으로 컴퓨터 마우스 커서를 조작하고 온라인 체스를 두는 모습을 공개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의 지원을 받는 호주 싱크론은 뉴럴링크보다 2년 앞서 FDA의 승인을 받은 비침습적 뇌 임플란트인 스텐트로드(Stentrode)를 개발했다. 싱크론은 뉴럴링크와 달리 두개골을 뚫지 않고 뇌혈관에 스텐트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침습적 방법의 위험성을 줄이면서도 높은 정확도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루게릭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소리 없이 외치는 생각: Brain-to-Speech (BTS)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루게릭병 환자의 뇌에 전극을 이식해 정상적인 대화를 하게 하는 데 성공해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발표했다. 뇌에 이식한 전극을 통해 뇌 신호를 수집한 뒤 분석해 단어와 문장으로 변환하고, 환자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모델을 이용해 환자의 목소리를 합성했다 [6] (그림 4).
[그림 4]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을 활용하는 환자의 모습. [6]


최근 AI 기반 텍스트 예측 모델이 발전하면서, 사용자가 생각하는 단어나 문장을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이를 텍스트나 음성으로 변환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사용자의 감정 상태에 따라 적절한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등 세부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더욱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필자의 고려대 연구팀은 비침습적 방식으로 수집한 뇌 신호를 이용해 사용자의 목소리를 합성하는 Brain-to-Speech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사용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마음속으로 상상할 때의 뇌 신호를 해석해 사용자의 의도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로, 실제로 말소리를 내지 않고 상상하는 것만으로 실제로 말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언어장애 환자에게 의사소통 보조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와 미래 기술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은 가상현실(VR)과 결합해 더욱 몰입감 있는 게임 및 시뮬레이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뇌 신호로부터 사용자의 의도를 읽어내어 가상의 아바타를 제어하거나 사용자의 감정을 파악해 메타버스 속 아바타의 표정을 바꿀 수 있다. 이런 기술을 통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주요 수요 대상을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용자에게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에는 가상 환경을 통해 노인들로부터 신체적,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이런 기술들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와 결합된다면 미래에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5).
[그림 5]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와 가상현실의 결합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기술. 그림 이솔, 내용 출처: 삼성 디스플레이 뉴스룸.


뉴럴링크에서 도전하고 있는 인공 시각의 구현은 인공 망막 기술을 넘어, 대뇌의 시각 피질에 전극을 삽입하려는 시도다. 이런 기술이 개발된다면, 시각 장애인도 메타버스 세상에서 영화처럼 새로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맺음말

더 많은 데이터와 고도화된 AI 알고리즘을 통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은 점점 정교해지고 실용화될 것이다.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개발이 필요하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실시간 고성능 신호 처리 기술과 노이즈 제거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AI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두 기술의 융합은 의료, 통신,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올 잠재력이 있다. 우리 생활을 크게 변화시키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글   이성환 고려대학교 인공지능학과 특훈교수
그림 이솔 과학일러스트레이터·약사
기획 사단법인 집현네트워크
기획 최기영 전 서울대 교수,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편집 윤신영 alookso 에디터


이 프로그램은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운영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저소득 소외계층의 복지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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