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업무하다 우울증 생겼는데… “자해해도 소용없다” [벼랑 끝의 요원들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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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3
“아시다시피, 저도 사람이잖아요. 근데 저한테는 (버티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어요.”

지난 5일 경기 이천시에 있는 한 카페에서 사회복무요원 이효재(가명, 23세) 씨를 만났다. 효재 씨는 까만 마스크를 쓰고, 검은색 상의와 바지에 까만 슬리퍼를 신고 카페 한가운데 앉아 있었다. 그와 대화를 시작하고 몇 분이 되지 않았을 때 알 수 있었다. 효재 씨의 마음도 새까맣다는걸. 그는 우울증 환자다.

대화할 때 효재 씨의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반드시 한숨이 놓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악성 민원인 같은 시민들을 대할 때 기분이 어땠나요?”

“하… 그게… 참…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하…
짜증이 나죠.”

한 문장이 끝나려면 시간이 꽤 걸렸다. 그때마다 잦은 한숨이 방해했기 때문이다. 또 어떤 감정이 물밑 듯 밀려올 때는 말을 멈춰야 했다. 까만 눈동자는 초점이 없을 때가 많았다.
지난 5일 사회복무요원 이효재(가명)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후 한 공원에서 걷고 있는 이효재 씨. ⓒ셜록
효재 씨는 지난해 8월부터 경기 여주시에 있는 한 지방공기업에서 사회복요무요원 생활을 시작했다. 병역판정검사 결과 4급 판정을 받으면 보충역으로 병역의 의무를 수행한다. 한때는 방위병, 공익근무요원 등으로 불렸던, 사회복무요원이 그들이다.

효재 씨는 최근 자살 충동까지 느낄 정도로 우울증 증세가 심하다. 효재 씨는 그는 “이 상태를 견디는 것밖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말한다.

매년 평균 13명의 사회복무요원이 자살
한다. 병무청 자료를 보면, 2015~2020년 사이 복무 중에 자살한 사회복무요원은 매년 9∼19명에 이르렀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7년 전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최준 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준 씨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지만, 주민센터는 그에게 사람과 대면하는 민원 업무를 맡겼다.(관련기사 : <스물한살 최준이 남긴, 한 번도 신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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