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공간도 식민화를 피할 수 없다

뉴필로소퍼
뉴필로소퍼 인증된 계정 · 일상을 철학하다
2022/12/15

네트워크와 연결된 마음

차라리 그들이 온라인상에 없을 때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가 
더 흥미로운 질문일 것이다.

저녁 내내 포로로 잡혀 있는 스크린에서 뿜어져 나오는 블루라이트에 비친 십 대 아들의 얼굴은 마치 화가처럼 보인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 위로 빛과 그림자가 어른거리며 카라바조 못지않은 극적인 명암 대비를 이룬다. 이런 불빛 속에서 안락의자 위에 나른하게 몸을 걸친 아들의 모습은, 그 아이가 실은 인터넷 서핑 중이란 것을 아는 내게도 완전히 몰입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출처: <뉴필로소퍼> 15호, 일러스트: 아이다 노보아&카를로스 이건
마치 그가 송두리째 가상 세계로 빨려 들어가 자신만의 행성에 살고 있고, 실제 세계는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린 듯하다. 만일 우리가 어떻게든 그 아이를 스크린에서 떼어 내면, 그의 스마트폰은 보채듯이 윙윙거리며 울려대기 시작한다. 마치 가족들 눈에 띄려는 반려동물처럼 말이다. 나는 또 한 번 저렇게 배회하다가 돌아오도록 훈련받고 있는 것이 인간인지 궁금해진다. 저 기계 학습을 수행 중인 인간이 내 아이가 맞는지도 궁금하고.
 
최근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90퍼센트가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85퍼센트가 유튜브 계정을 갖고 있으며, 69퍼센트가 스냅챗 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수백 명의 청소년 중에 절반 가까이가 거의 항상 온라인에 접속한 상태라고 대답했다. 우리 아이들이 매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스크린에 붙어 있는지는 더 이상 질문할 가치도 없어 보인다. 그들의 마음은 늘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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