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집행은 데이터의 낭비?: 연쇄살인의 진화와 관련하여

임재혁
임재혁 · 밥값은 하려고 합니다.
2021/10/06
출처 세계일보
범죄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충분히 안전한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우린 더 안전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우리를 몸서리치게 했던 '연쇄살인'도 자취를 감춘지 오래입니다. 바로 얼마 전, 강윤성 연쇄살인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말입니다. 이 돌발적인 살인사건에서 우리가 진정 살펴야 할 것은 연쇄살인 범죄가 진화하는 모습입니다. 연쇄살인의 형태가 어떻게 변화했고, 그 변화가 사형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이 글의 목적입니다.

과거 강호순, 이춘재, 유영철, 정남규 등 한국을 공포에 떨게 만든 연쇄살인마들은 모두 10명에서 많게는 20명 가량을 살해하면서도 체포를 피해간 자들입니다. 이들이 십수명을 살해하는 동안 경찰은 이들을 뒤쫓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강윤성은 진작에 체포되어 실형을 살던 중 보호관찰 대상이 되어 사회로 나왔습니다. 강윤성은 강호순처럼 미지의 인물이 아니라, 이미 법무부의 통제 아래 있던 인물입니다. 이 사실은 왜 중요할까요?

오늘날 장기간에 걸쳐 십수명에 달하는 인원을 살해하는, 예전과 같은 연쇄살인은 벌어지기 어렵습니다. 경찰의 수사력과 CCTV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하여, 연쇄적인 살인을 도모하는 범인들은 초반에 대부분 잡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연쇄살인사건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이렇게 이해해야 합니다. 연쇄살인을 기도하는 자들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계획한 살인을 모두 저지르기도 전에 검거당하고 있는 것 뿐이라는 거죠. 따라서 이들은 단순 살인범이 아닌 연쇄살인미수로서의 살인범입니다. 이들은 가석방이나 보호관찰 등의 기회가 되면 미뤄둔 살인을 기꺼이 행할 자들입니다. 이들은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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