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위에 발자국] 가족 연락처를 적으세요: 현실적 문제들

윤지슬
윤지슬 · 콘텐츠를 다루고 만듭니다
2023/02/19
가족이 없는 사람에게 가장 곤란한 순간을 꼽아보라면, 아마 다수가 병원에 가거나 아플 때를 말하지 않을까 싶다. 폭력 가정에서 분리되어 나온 사람으로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아픈 몸으로 오로지 혼자서 살아가는 삶에 외로움을 넘어선 여러 현실적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폭력만을 행하는 가족과 지내며 아픈 것보다는 낫다고. 거동이 어려워 화장실도 가기 힘들 만큼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 그래서 혼자서 굵직한 일들부터 자잘한 살림까지 모두 해내야 한다는 것, 수술 및 처치 동의서에 싸인을 해주고 입원 시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물론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 가만히 생각해보면, 가족과 함께 있을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번 돈으로 병원에 가 검사나 진료를 받는 것마저 막고, 아프다는 이유로 화를 내고 밖에서만 나를 걱정하는 듯 처음 보는 얼굴로 연기하던 가족들과 지낼 때는 아픈 몸을 견디기가 더 힘들었다. 나는 병의 특성상 위와 장에 경련이 자주 오는데, 예전에는 식구들에게 들릴까 봐 옷을 깨물면서 비명을 줄였다. 다른 곳이 아플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면내시경을 하거나 입원을 할 일이 있을 때, 보호자가 꼭 동행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많이 곤란했다. 지금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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