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라도 걸렸나” 직장 성범죄 피해자, 병가도 ‘불허’ [회사에 괴물이 산다 8화]
2024/07/25
[지난 이야기] 시간이 지나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는 성범죄 피해자를 향해 2차가해를 일삼으며, 김한솔(가명) 씨의 정신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결국 그는 17년이나 다닌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한솔 씨는 지역의 노동 활동가들을 만나 퇴사 소식을 전한다. 그게 ‘터닝포인트’가 될 거라곤 생각도 못한 채.
한솔 씨가 겪은 일들을 알게 된 활동가들은 “비상식적인 일”이라 분노하며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한솔 씨는 5년 만에야 비로소 타인에게 진심으로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함께 울어주는 사람들. 문제를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한솔 씨는 한번 더 힘을 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난 3월 28일 한솔 씨는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때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도 함께 넣었다.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는 지난달 3일 나왔다.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직장 내 불법촬영 성범죄 이후 회사의 관리자들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한솔 씨에게 수치심과 모멸감을 준 행위와, 계속된 병가 승인 거부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했다. 그제서야 회사는 ‘문제의 관리자들’에게 감봉 1개월, 견책 등의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산재 신청 결과는 24일 나왔다. 결과는 이번에도 ‘인정’. 당연하고도 다행스러운 결과였다.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개인이 아니라 노조 차원에서 나서니까 회사도 눈치를 보더라고요.”
민주노총 경남본부에서도 나섰다. 지난 4월 12일 군수와 이사장을 각각 만나 면담도 했다. 노조 활동가들이 이사장 면담을 진행하자, 인사 담당자가 한솔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빨리 병가 (신청) 올리세요.”
지난 5년간 수리되지 않았던 요구를 이제야 처리하겠다는 건가. 한솔 씨는 혹시 회사가 말을 바꿀까봐 그날 급히 병가 신청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