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움직였는데 허무함만 남은 어느 날,

정담아
정담아 · 읽고 쓰고 나누고픈 사람
2023/10/23
이미지 출처 unsplash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생으로, 그리고 졸업 후에 몇 년을 중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지내면서 내 시간은 조금 다르게 흘렀던 것 같아. 어떻게 달랐냐고? 새해의 시작은 3월, 하반기는 9월부터로 말이야. 상반기, 하반기가 1월, 6월로 나뉘는 게 아니라 학기제로 나뉘는 거지. 그래서 새해가 두 달이나 지나버렸지만 3월이면 새로운 시작에 설렜고, 이미 절반이나 지나버린 6월에도 여전히 시간이 넉넉하게만 느껴지곤 했어. 9월이면 이제 반이나 지났으니 정신 차려야지, 싶었고 말이야. 대신 10월쯤 되면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어. 왜냐고? 이제 하반기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벌써 끝이 보이니까 마음이 급해졌거든. 요즘도 크게 다르지 않아. 

요즘 나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뭘 하느라 바쁜데 뭘 하는지 모르겠다, 야. 모호하고 불확실한 안갯속을 배회하고 있는 기분.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가 길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걷고 있는 기분. 아, 정말 새로운 세상이야, 신기해하다가, 와 정말 아름답다, 감탄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걷다가, 갑자기 주저앉아버리길 반복하는 상황이랄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스스로에게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무슨 약속을 했냐고? 글로 발 법어먹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다시 빠르게 새 직장을 구하자고. 마냥 둘 수 없어서 혼자 그 기한을 정해두었는데, 벌써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거든. 맞아. 내가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많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글을 쓰고 싶어서’였어.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글을 쓰긴 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거든.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싶었어. 제대로 된 글이 뭔지 몰랐고, 여전히 모르지만 좋은 글, 매력적인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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