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조망권에 대한 이야기는 과연 낭만에 불과할까?

soulandu
soulandu 인증된 계정 · 영상, 방송
2023/03/03
광주의 전경은 독특하다. 도시를 무등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안쪽 건물들은 산을 넘지 않도록 배치돼 있다. 스카이라인이 낮고 완만하다. 그래서 광주시민이라면 시내 어디에 있든 무등산을 바라볼 수 있다. 별 건 아니지만 꽤 근사한, 눈썰미 좋은 사람만이 알아챌 수 있는 광주의 모습이다. 고층의 빌딩이 가득한 서울이나 바다로 둘러싸인 부산과는 다른, 이 도시만이 지닌 선. 언제나 이 나지막한 스카이라인이 광주를 광주로 느끼게 하는 매력이라고 생각해왔다. 

광주의 스카이라인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시가 건물 층수를 규제해왔기때문이다. 광주는 광역시 규모에 비해 개발이 덜 된 도시다. 공단도 적고 기업도 많지 않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역이라 고층 건물의 수요가 많지 않다. 건물들이 높아야 할 이유도 조밀하게 모여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더군다나 광주에서는 무엇보다 (다른 지역 분들은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무등산 조망권을 해치지 않아야한다는 시민들의 합의가 광범위하게 공감을 얻어왔다. 빠르게 개발될 필요가 있는 인구 과밀 도시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광주는 쭉 그래왔다. 이 곳의 낮고 느슨한 건물들은 개발에서 소외된 지방도시의 부산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등산을 사랑하는 광주시민들의 적극적인 마음들이 모인 산물이기도 한 셈이다.

광주 시민들도 물론 개발을 원한다. 청년들이 자신이 자라난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좋은 일자리를 얻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역에서도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와 좋은 교육을 제공받기를 원한다. 영감이 되는 각종 전시와 세상 아름다운 것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들이 이 곳에 더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그런 개발을 원한다. 그러나 여전히 광주는 소비 도시다. 과거 한 시장은 콜센터를 지역의 좋은 사업이라며 대대적인 유치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만큼 괜찮은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주류 회사인 보해와 기아 자동차 그리고 금호 정도외에는 규모있는 기업이 전무하다고 봐도 된다. 이런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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