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 허용되지 않는 불온한 욕망 - 사진의 기술학과 관음의 윤리학(3)

실컷
실컷 ·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문화비평
2023/03/15
몰래카메라의 공포가 우리 사회를 잠식하고 있다.(시사저널)


5. 관음, 허용되지 않는 불온한 욕망

관음은 여전히 금기시되어야 할 욕망임은 분명하다. 관음은 결코 그 대상의 동의를 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상의 동의가 있다면 그것은 관음이라고 할 수도 없다) 앞으로도 금기시되어야 한다. 관음에 대한 명확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관음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더욱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제시했던 신상털기가 그것이고, 관음을 위해 부정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몰카' 등이 그것이다. 문제로 규정되었음에도 관음은 오히려 보다 완벽한 형태를 갖추어 나가고 있다. 거기에는 기술이라는 충실한 심복의 덕이 크다. 

사진, 카메라의 발명과 함께 태동한 관음은 두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공진화했다. 사진 기술이 발달은 더 선명하고 명확하게 현실을 재현해낼 수 있었고, 이는 곧 눈으로 직접 타인의 육체를 보고자 하는 관음의 욕망에도 철저히 부합했다. 실체가 눈앞에 있다는 환상은 사진 기술의 발달로 보다 완벽히 충족될 수 있었던 것이다. 카메라라는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도 한 몫 해왔다. 초기 인간의 몸과 같았던 크기의 카메라는 점차 소형화되고, 또 다른 기계로 내장되며 점차 그 모습을 감추는 방향으로 발달해왔다. 

카메라의 이러한 은폐지향적인 발달은 관음의 필수 조건인 은폐와 부합하며 그것을 충족시켜 왔다. 이제 카메라는 넥타이에, 펜에, 단추에, 심지어는 인간의 몸 속에 내장되고 '카메라'라는 형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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