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6년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 여름의 초입을 닮은 순수하고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

조영준
조영준 인증된 계정 · 영화와 관련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2023/08/29
Daum 영화 :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스틸컷

01.
중년의 작가 히사(쿠사나기 츠요시 분)는 꽤 오랫동안 글을 써 왔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 둔 것이 없다. 아내와는 헤어졌고, 어린 딸과도 자주 만나지 못한다.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지만 먹고사는 일에 쫓겨 다른 사람의 글을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로 살아가는 것 역시 그렇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문학 작가의 길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문학은 팔리지 않는 장르며 돈이 되지 않는다는 편집자의 아픈 소리만 듣게 될 뿐이다. 그러던 그의 눈에 방 안에 놓여있던 고등어 된장 통조림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유년 시절의 잊지 못할 기억 하나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음식이다. 이렇게나마 글을 쓰며 살아가도록 만들어 준 기억이기도 한 1986년의 여름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영화 <1986년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한 여름날의 추억이 남겨져 있는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다. 히사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인 1986년을 배경으로 두 소년이 함께 떠나는 모험과 여정의 순간들을 그려낸다. 로드 무비 형식을 통해 이들의 우정과 성장을 담아내고 있는 이 작품에서 여름의 절정과도 같은 뜨거운 열정이나 화려한 시절의 거센 기운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천진난만하면서도 미숙한 시절의 어린아이들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우정과 오해, 화해와 나아감의 지점에 놓이게 되는, 여름의 초입 혹은 끝자락의 모습을 닮은 순수하고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02.
‘내게는 고등어 통조림을 보면 떠오르는 한 아이가 있다. 아무리 나이가 든다 해도 그 여름을 잊지는 못할 것이다.’


이 문장으로 시작되는 히사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1986년 여름으로부터 시작된다. 여름 방학을 무료하게 보내고 있던 어린 히사(반카 이치로 분)에게 같은 반 학생이었던 타케(하라다 코노스케 분)가 찾아와 부메랑 섬으로 여행을 떠나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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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 영화 칼럼 <넘버링 무비> 정기 연재 부산국제영화제 Press 참가 ('17, '18, '19, 22') 19'-20' 청주방송 CJB '11시엔 OST' 고정게스트 (매주 목요일, 감독 인사이드) 한겨레 교육, 창원 시청 등 영화 관련 강의 및 클래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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