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베트남에선… 공부… 잘했어요” 사라진 공고생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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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6
3월 첫 등교일 공업고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눈에는 불안과 두려움 같은 게 있다. 이미 친구들에게 “공돌이 학교”, “양아치 우글거리는 곳” 등 온갖 혐오의 말을 몇 번씩 들었을 테니, 아이들의 위축된 눈빛은 오히려 자연스런 일이다. 아프지만 현실이 그렇다.

그런 만큼 첫 수업시간엔 일부러 힘찬 자기소개를 아이들에게 당부한다. 지난 봄날, 어느 1학년 교실 첫 국어수업에서 이정희(가명)는 열여섯 번째로 자기소개를 했다.

“저는 ○○중학교에서 온 이정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한 갈래의 머리를 뒤로 단정히 묶은 정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난히 짧은 소개에 한 남학생이 짓궂게 물었다.

“남친 있나?”

아이들이 웃기 시작했다. 약 40개의 눈이 일제히 정희의 입으로 향했다. 정희는 대답하지 않고 멀뚱히 서 있기만 했다.

“느그들 첫날부터 너무한 거 아이가? 정희야, 그냥 대답 안 해도 된다잉.”

나는 얼른 정희를 자리로 돌려보내려고 했다.

“저는 몰라요.”

갑자기 정희가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있다, 없다‘가 아니라 ‘모른다‘고 한 게 어색했지만, 요즘 아이들이 많이 쓰는 일명 ‘황당 어법‘으로 여겼다.

“그래 정희야, 좋은 대답이다. 개인정보를 쉽게 알려주면 안 되는 기다.”

직업계고는 목적에 따라 공업, 상업, 보건 계열 등으로 나뉘는데, 여학생이 공업 계열에 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흔하지 않아 쉽게 눈에 띄고, 그 탓에 더욱 놀림과 차별의 대상이 되곤 하는 여자 공고생 이정희를 그렇게 처음 만났다.
‘여자 공고생’ 이정희(가명)를 그렇게 처음 만났다 ⓒpixabay
나는 자기소개를 마무리 한 뒤, 활동지를 나눠주고 작성하게 했다.

<내가 원하는 수업>

1. 나를 소개해보세요.
2. 고등학교에 오기 전 지금까지 가장 좋았던 수업은 어느 선생님의 수업인가요?(교사명, 과목, 좋았던 이유)
3. 어떤 수업이 싫은가요?
4. 선생님께 바라는 점을 자유롭게 작성해주세요.(비밀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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