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벌레다

백승권
백승권 인증된 계정 · Writer & Copywriter
2024/04/11
3 body problem


자기가 아는 걸 조심해요.
대개 거기서 문제가 시작되니까.

너희는 벌레다

천 번의 폭발 후에는
광속의 1.12%에 도달할 겁니다

네가 어느 방에 들어가든
우리가 먼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네게 보여주고자 하는 건
반드시 보게 될 것이다


인간이 깊은 심연 어느 곳에 자살에 대한 욕망을 숨겨 놓고 있다면 인간의 집단 인류 역시 그럴지도 모른다. 자살에 대한 욕망이 너무 비대해서 공동의 소멸, 인류 멸망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개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일단 타인의 시선에 너무 노출되고 사후에도 남은 자들이 겪을 후유증이 크며 여러 부작용 등이 뒤따르지만 인류의 멸망은 심플하다. 모두가 (예외 없이) 단숨에 끝날지도 모른다는 가설은 (다수의 그림자 속에서 나의 최후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는) 기묘한 안도감마저 들게 한다. 삼체는 외계의 침공이라는 미래과학 장르에서는 흔한 소재를 다룬다. 원작이 궁금하지는 않았다. 오래전 충격과 감동과 함께 매료되며 격렬한 갈채를 보냈던 SYFY채널의 배틀스타 갤럭티카가 떠올랐다. 정복이 아닌 생존을 위해 침략을 감행한 외계 종족들. 단순히 대적과 섬멸의 개념을 넘어 이해와 커뮤니케이션의 영역 안으로 우주의 또 다른 생명체에 대한 인식을 바꿔줬었다. 여러 설정 상 삼체와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

삼체는 맥락에 대한 설득보다는 일방적 전시와 전달에 비중을 둔다. 한 국가의 혼란스러운 내전과 희생을 겪은 개인이 외계를 향해 복수의 메시지를 쏘아 올렸고 외계는 반응한다. 삼체라 불리는 외계 종족은 지구의 메신저들과 교신하며 지구와 구성원들에 대해 학습한다. 400년이 아니라 4초도 걸리지 않아서 지구를 감싸는 모든 레이어를 지우고 쑥대밭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최초 메신저인 예원제(진 쳉, 로잘린드 차오)의 자녀(교수)가 양성한 과학자들은 인류와 삼체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죽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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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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