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과 ‘한국 정치’는 닮았다
2025/01/03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3년만에 돌아온 <오징어게임2>의 공개 타이밍과 한국 정치의 상황이 묘하게 오버랩된다. 목숨 걸고 경쟁하는 결기, 공존과 협력보단 너 죽고 나 죽기, 모 아니면 도, 승자독식, 윈윈보단 제로섬게임, 생존 아니면 죽음, 편가르기와 진영논리 등등. 이 모든 것들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극단주의’다. 정말 극단적이다. 중간에서 타협하고 절충하는 법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회 다수당을 인정하고 협조를 구하는 선택지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럴 바엔 죽는 게 낫고. 죽을 바엔 상대를 제거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의 머릿 속을 지배했다.
그동안 정치 평론가들이 말로만 표현해왔던 “적대적 양당체제”의 저주성이 정치적 대결의 범위를 넘어 실제로 상대를 무력으로 제압하려는 ‘계엄 사태’로 현실화됐다. 단순히 윤석열이라는 개인이 이상한 사람이라 이런 짓을 벌였다고 여기면 속이 편하겠지만 한국 정치는 민주화 이후 35년 넘는 세월 동안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다. 거대 양당이 정권을 독과점하며 반복하고 있는 정치 보복과 저주의 굴레가 故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이후 도무지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처럼 관성화된지 오래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 20년과,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 17년을 비교해보면 민주화 이후 적대적 양당체제의 적대성이 갈수록 악화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짜로 ‘널 죽여야 내가 산다’는 문장이 실현되어 가는 과정으로 귀결됐다.
2012년 이후 도입된 국회 선진화법 체제로 인해 ‘동물 국회’가 재현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외부 인물을 무작위로 수혈해서 정치판을 아수라판으로 만들었다. 민심은 윤석열 정부에게 절반의 권력을 허용했다고 볼 수 있는 여소야대를 만들어줬고, 이는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에게도 절반의 권력만 허용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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