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장의 메카로 떠오르는 서울

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 인증된 계정 · 독보적인 저널리즘
2023/01/13
By 앤드류 러세스(Andrew Russeth) 2023년 1월 5일
지난 해 처음 열린 프리즈 서울은 예술 도시 서울의 부상을 알리는 신호였다. 해외 갤러리의 한국 진출이 이어지고 경쟁이 과열되면서 작가들은 새로운 환경을 찾아 나서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프리즈 서울 2022. 행사가 개최된 코엑스에는 120개의 갤러리가 참여했고, 전세계 미술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출처: 레츠 스튜디오/프리즈
서울 – 활기 넘치는 이태원의 어느 오후, 미술 애호가들은 베를린과 파리에 갤러리를 둔 에스더 쉬퍼 갤러리가 최근 전시실을 개장한 4층 건물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이곳에서 열린 아티스트 티노 세갈의 인터랙티브 퍼포먼스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퍼포먼스에는 한 소녀가 등장해 짤막한 독백을 읊고 관객에게 질문을 던졌다. 공연 도중, 소녀는 현장에 있던 한 작가에게 몸을 돌려 물었다. “너무 바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아주 바쁘지는 않다고 생각하시나요?” 공정한 질문은 아니었다. 미술에 열광하는 서울에서 그 흐름을 따라잡으려는 이에게는 딱히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박물관이 문을 열고, 해외 갤러리가 둥지를 틀고, 기업은 현대 미술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에서 개최된 프리즈 아트 페어에는 120여 개의 갤러리가 참여했고 전세계 미술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웅장한 자태의 삼성 리움미술관에 ‘오징어 게임’ 출연 배우와 박물관 큐레이터들이 방문해 케이팝 걸그룹 케플러의 공연을 감상했다. 제조업체들이 모인 을지로의 한 클럽에서는 양혜규 작가가 주최한 파티가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엄격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정책이 완화된 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인구 2600만 명의 수도권(미국 코네티컷 주 크기의 수도권에는 한국 전체 인구의 절반이 밀집해 있다)은 생기를 되찾았다.

행사 도중 한 젊은 갤러리 직원은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LA)에서 아트 페어를 개최했던 프리즈가 아시아에서의 첫 아트 페어 개최지로 라이벌 일본 대신 한국을 택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출생의 아트 딜러인 제이슨 함(한국명 함윤철, 32세)은 인터뷰에서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린 것과 마찬가지”라며 열변을 토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드리워진 가운데, 모두가 급격한 변화 속에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며 새로운 갤러리를 찾고 유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즈 아트 페어가 서울에서 개최된 것은 미술 업계에는 짜릿한 동시에 복잡한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사람들이 이제야 서울을 미술의 중심지로 인식하는 건 좀 늦은 감이 있죠.” 서울의 갤러리 업계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엠마 손 리만 머핀 갤러리 서울 지점 수석디렉터가 말했다. 손 수석디렉터가 근무하는 사무실 옆에는 추상에 가까운 기교로 신체를 공포스럽게 변형시켜 표현하는 한국 중견작가 이근민의 그림이 걸려 있다. 뉴욕과 런던에도 지점을 둔 리만 머핀은 2017년 작은 규모의 전시실을 오픈했고 올해 우아한 2층 건물에 새롭게 터를 잡았다. 페이스 갤러리도 빠른 속도로 세를 키워 나가고 있고, 페로탕 갤러리는 최근 서울에 2호점을 열었다. 공공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갤러리의 수는 300개에 달한다.
뉴욕타임스
한글로 읽는 뉴욕타임스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매주 5회, 뉴욕타임스의 보도 기사와 칼럼을 번역해 소개합니다. * 이 계정은 alookso에서 운영합니다.
599
팔로워 2.2K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