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 보궐 선거에 부쳐...

채희태
채희태 · 낭만백수를 꿈꾸는 교육사회학도
2024/09/05
※ 교육언론창에 기고한 글입니다.

역사의 진보는 위기가 던져준 사소한 기회에서 비롯된다

지난 8월 29일 대법원의 3차 선고로 전국 최초로 교육감 3선을 이어오던 조희연 교육감이 중도에 물러나게 되었다. 한때 서울시교육청에서 어공 주무관으로 조희연 교육감의 핵심 정책 중 하나였던 서울형혁신교육지구를 거들었던 한 사람으로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유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지만, 전방위적으로 대한민국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만행에 뜨거운 분노로 대응하기보다는 차가운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한쪽에 치워 두었던 펜을 다시 집어 들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교육언론창>으로부터 "내가 교육감이 된다면"이라는 취지의 칼럼을 써 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내가 만약 교육감이 된다면 난 과감하게 교육을 등질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님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조희연 교육감은 사회를 등진 채 교육 당사자들만 바라보다 등에 화살을 맞았다. 지난 2004년 5월 국회가 노무현 대통령을 폭력적으로 탄핵했을 때 분노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던 시민들의 반응과 비교해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진보를 표방하고 있는 적지 않은 교육감들도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도, 학생도, 심지어 교사들도 사회와의 관계 안에서 교육을 생각하기보다는 교육이라는 찻잔 안에 머물며 회오리를 만들어 내는 걸 당연하게 여기게 된 것 같다.

교육자치가 일반자치와 분리 독립되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교육자치의 수장인 교육감을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해야 한다는 명분은 헌법 제31조 제4항에 명시되어 있는 소위 "교육의 자주성"에서 비롯한다. "교육의 자주성"은 사실 박정희가 5・16쿠데타를 일으킨 후 정권의 정당성을 포장하기 위해 1963년 제5차 개헌을 단행하며 교육 전문가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신화는 대중들에게 권력의 정당성을 포장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멀게는 그리스・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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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백수를 꿈꾸는 프리랜서 콘텐츠, 정책 기획자, 사회 현상의 본질을 넘어 그 이면에 주목하고 싶은 兩是論者. <백수가 과로에 시달리는 이유> 저자. ZDNET 코리아에 칼럼 "IT는 포스트노멀 시대의 나침반이 될 수 있을까" 연재. 공주대학교 평생교육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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