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롯데를 응원하는가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5/06
나는 왜 롯데를 응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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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 별반 관심없어 보이던 자가 롯데의 연승에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니 주변에서도 물어 온다. “너 야구 관심 많았니?” 사실 큰 관심 없다. 더구나 롯데 자이언츠가 2000년대의 암흑기에 빠져든 이후는 한국시리즈조차 제대로 본 적 없다. 그렇다고 롯데 자이언츠의 열렬한 팬인가? 일단 결론부터 내놓고 시작하자면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아 그럼 부산 출신이라서?” 하는 질문이 던져지면 거기에도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버지 고향도 어머니 고향도 부산이 아니고 떠난지 35년에 웬만한 인연이 다 끊긴 터라 딱히 고향이라는 느낌은 크지 않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사실상 롯데팬이 아니라 최동원의 팬, 정확히 말하면 경배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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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원의 팬에 진심이라면 롯데 자이언츠 구단 자체에는 저주를 퍼부어야 마땅하다. 공놀이로 밥 먹고 사는 모든 종목의 구단(球團)에서 최동원급의 전설을 최동원급으로 홀대하고 최동원급으로 배신을 때린 경우는 없다. 그를 떠올리면 롯데 자이언츠는 야구팬은 물론 나같은 최동원의 팬들로부터는 소박을 맞아도 된박을 맞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나는 롯데 자이언츠의 연승에 흥분하고 롯데 자이언츠가 한국시리즈에 올라온다면 마땅히 하늘색 유니폼에 빨간 줄 그어진 옛 자이언츠 유니폼을 장만해서 암표라고 구하여 잠실에 갈 요량이다. 사향(思鄕)의 념은 적을지라도 목놓아 <부산 갈매기>를 부를 것이다.

나무위키
   
롯데 자이언츠의 악랄한 배신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에도 최동원은 팬들에게 사인할 때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이라고 적었다. 예수가 예루살렘 입성할 때 호산나 외치며 자기 옷을 길에 깔고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던 자들이 기껏 예수를 살려주려는 빌라도 앞에서 “살인자 바라바를 놓아주고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아라.”고 악을 쓰던 정도에 비견되는 처절한 배신을 당한 뒤에도 최동원은 자신에게 종이를 내미는 팬들에게 그렇게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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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부산 사람들이 ‘돈성’이라고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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