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죽은 뒤 인도 빈민가로 떠난 의사가 깨달은 것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12/18
영국 출신의 명감독을 이야기할 때 빠지는 법이 없는 이름이 있다. 롤랑 조페다. 영화계 최고의 영예 중 하나로 꼽히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몇 안 되는 감독이며, 수상작인 <미션>을 포함한 소위 휴먼대작 3부작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남미와 아시아 등 아직 개발되지 않은 세계를 배경으로, 이곳을 찾은 선진국 출신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그 영화세계의 골자다. 외지로부터 온 이도, 외지에서 온 이를 맞이한 사람들도 서로를 통해 변화를 겪는다. 그 변화는 성장이고 깨달음으로 이어지며, 곧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의 떠짐으로 연결된다.
 
혹자는 그의 영화에 대하여 백인 우월적 시선이 엿보인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하지만, 사람이 제가 선 곳으로부터 세상을 바라볼 밖에 없다는 건 진리에 가까운 이야기다. 영화가 변화와 성장을 말한다면, 인물의 시선 또한 변하게 될 것이다. 타인과의 만남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일으키는 이야기, 그것이 조페가 그리고자 하는 바다.
 
▲ 시티 오브 조이 포스터 ⓒ 삼호필림

제3세계의 삶 조명한 20세기 휴먼대작

<시티 오브 조이>는 조페의 휴먼대작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킬링 필드>와 <미션>으로 1980년대 세계적인 명성을 거머쥔 그가 상당한 시차를 두고 제작한 역작이다. 인도의 캘커타 빈민촌을 배경으로 수해와 대중시위 등 규모 있는 연출까지 벌인 대작으로 평가된다. 백인우월적 시선과 인간의 내면을 고양시키는 작품이란 논쟁적 평가가 어떻게 이 한 작품으로 나왔을까. 근래 영화계가 이와 같은 작품을 더는 내놓지 못하고 있으므로, 또 인터넷과 교통수단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다른 세계에 대한 이해가 진전되지 못하는 실정이므로, 이 영화를 다시금 돌아보는 일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야기는 미국 어느 수술실로부터 시작된다. 그곳에서 수술을 받던 환자가 사망하고 집도의인 맥스(패트릭 스웨이지 분)는 깊은 충격을 받는다. 의사로서 무력하기만 한 상황과 아버지에 대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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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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