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인 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상대방에게 폭력을 가하는 ‘교제 폭력’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그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교제 폭력 신고 건수는 2020년 이후 26,000여건 증가하여, 2023년에는 77,150건에 달한다. 지난해 교제 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 수는 총 13,939명으로, 2020년 대비 56%가량 증가했다.

 교제 폭력이 살해 및 치사로 이어지는 사건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역 인근 빌딩에서 이별 통보를 이유로 20대 남성 A 씨가 연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지난 4월에는 20대 남성 B 씨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인을 수차례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도 있었다. 지난 3월에는 교제 폭력을 일삼던 20대 남성 김 씨가 연인을 살해하고 이를 말리던 연인의 모친에게까지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교제 폭력이 끝없이 이어지는 원인은 교제폭력특별법의 부재에 있다. 스토킹, 가정폭력과 달리 교제 폭력은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어 형법상 폭행과 협박 혐의가 그대로 적용된다. 폭행과 협박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이 불가능한 반의사불벌죄이다.

 반의사불벌죄 규정은 친고죄와 더불어 당사자 간의 개인적 분쟁 해결과 배상을 촉진하고 존중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교제 폭력은 합의와 배상 과정에 가해자의 압박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친밀한 관계에서 이루어진다는 특징상, 가해자가 피해자의 거주지, 주 이동 경로를 파악하여 협박하거나 피해자에게 죄책감을 심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제 폭력은 매우 낮은 구속 수사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교제 폭력 피의자에 대한 구속 수사율은 2.2%로, 2020년 이후 1~2%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점을 고려했을 때,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