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집

허남설
허남설 인증된 계정 · 집과 동네, 땅에 관심 많은 기자
2023/07/05
큰비가 오면 예년 이맘때쯤 신림동 반지하에서 일어난 비극을 떠올린다. 최근 언론은 반지하 침수방지장치(물막이판) 설치나 거주자의 공공임대주택 이전 현황을 많이 보도했다. 참사 이후 서울시가 발표한 대책 실행 현황을 점검한 것이다. 서울시가 분류한 대상자의 10%, 서울 내 전체 반지하 거주 가구의 1% 정도만 주거 상향을 이뤘다는 점에서 언론이 지속해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당시 유력 정치인들의 '설전' 정도로 소비하고 말았던 논쟁 한가닥을 복기하고자 한다. 주인공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었다. 화자가 워낙 '거물'들이어서 내용보다는 구도에 관심이 더 쏠렸지만, 사실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큰 이야기가 오고 갔다. 아니, 정확히는 국토부 장관의 이야기가 그랬다. 그는 그때 적어도 이 사건에 관한 한은 꽤 멀쩡한 소리를 했다.

당시 서울시장은 참사 이틀 뒤 "반지하 주택은 안전과 환경 모두에서 후진적이므로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라고 했다. 언론은 "그럼 우리는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라는 반지하 거주자들의 말을 인용하며 대체로 그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사실, 서울시는 10~20년에 걸쳐 차근차근 없앨 계획이었는데, 어째 "반지하는 (당장) 사라져야 한다"로 읽혀버렸다.

국토부 장관이 이 찰나를 덥석 물어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반지하도 사람이 사는 곳입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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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건축을 배우고 건축회사를 다니다 갑자기 기자가 되었습니다. 책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글항아리•2023)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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