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자살은 개죽음인가? - 장강명의 <표백> 다시 읽기(2)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3/14
장강명, <표백> 초판본 표지
청년들의 자살은 개죽음인가?

소설은 ‘나’가 화자의 위치에서 서술하는 이야기와 세연의 자살선언문을 비롯한 수기들이 교차되는 구성을 보인다. ‘재키, 하비, 루비, 재프루더, 적그리스도, 소크라테스’는 세연의 수기에 나오는 각 인물들의 별칭이다. 재키는 세연, 하비는 진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선우, 루비는 추, 재프루더는 병권, 적그리스도는 ‘나’, 소크라테스는 휘영, 제리는 세연의 동생 세화, 메리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소설 마지막에 잠시 나오는 ‘샴푸 아가씨’일 수도 있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이들 중 선우, 추, 병권은 세연의 자살 선언에 동참하여 자살하게 되는 반면에, ‘나’와 휘영은 자살하지 않고 ‘사는’ 방향을 택한다.
   
“제 생각에는 ‘완성된 사회’에서도 그 자신의 능력만으로 좁은 사다리를 올라 성공할 수 있었던 사람이 바로 세연 자신이었습니다.”
   
“케네디는 하나의 상징물이며, 오직 상징으로서만 기능하는 존재고, 그 상징은 그의 죽음과 분리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연이 죽음을 통해 무엇이 되고자 했는지 이해할 듯도 싶었다.”
   
“케네디도 찰스 맨슨과 비슷했다. 별 내용도 없는 연설을 하고 강한 개인적 매력으로 주변 사람들을 매료시켰으며, 불멸성을 얻어 현대의 아이콘이 됐다.”
   
세연은 “완성된 사회에서도 그 자신의 능력만으로 좁은 사다리를 올라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개인적인 능력이 뛰어나며, 외모 또한 모두의 이목을 끌 수 있을 정도로 수려하다. 강한 개인적 매력으로 주변 사람들을 매료시켰던 케네디와도 오버랩 된다. 즉, 세연은 강한 개인적 매력과 죽음이라는 장치를 통해 ‘표백 사회라는 문제를 고발하는 상징’이 되고자 한 인물로 볼 수 있다. 요컨대 <표백>이 현실을 드러내는 방법은 ‘자살’하는 ‘매력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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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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