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69시간 일하면 골병나요

천현우
천현우 인증된 계정 · alookso 에디터
2023/03/13
창원 SNT 중공업 정문, 직접 촬영

1.
게임 업계엔 크런치 모드라는 은어가 있다. 휴일 없이 밤 늦게 일 시키는 기간을 뜻한다. 제조업엔 이 ‘크런치 모드’의 선배인 ‘철야’라는 악습이 있다.

보통 제조업 회사는 평일 8시간을 넘겨 일하면 잔업이라고 한다. 잔업 시간은 2-3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이 잔업 시간을 넘겨서 일하는 걸 철야라고 한다.

2016년 5월 중순부터 철야로 용접을 두 달 가까이 한 적 있었다. 매일 꼬박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11시나 12시에 퇴근했다. 중식시간 1시간, 석식 30분을 빼면 하루 13시간 30분 일한 셈이다. 이렇게 주5일 일하면 주당 67.5시간 일한 셈이다. 가끔은 토요일도 출근했다.
 
내가 일했던 SNT 중공업은 노조와 회사 간 관계가 아주 나빴다. 초강성 노조와, 초강성 경영인이 연일 부딪쳤다. 원청은 노조원들을 ‘일감이 없다’라는 이유로 몇 달씩 유급 휴가를 보냈다. 유급 휴가비가 나가는 한이 있어도 노조원들 일하는 꼴은 못 보겠다는 의지였다.

그런데 하필 나와 업무가 겹치는 용접 파트에서 유급 휴가를 간 사이 일감이 쏟아졌다. 원청에선 휴가 보낸 정직원을 복귀시키는 대신 하청한테 일을 떠넘겼다. 하는 수 없이 정직원들이 복귀하기 전까지 계속 철야를 해야 했다.

용접은 ‘기운 빨리는 일’의 대명사다. 하다 보면 워낙 땀을 많이 흘려서 살이 죽죽 빠진다. 용접공들은 점심시간에 쌀밥으로 산을 쌓아서 먹는데도 살이 안 찐다. 이런 고강도 노동을 열 네 시간 하다 보니 매일 탈진해서 퇴근하곤 했다. 열사병이 두려워 늘 포도당 알약과 냉커피를 입에 달고 살았다.

목에 안 좋은 자세로 하루 종일 3,000도에 가까운 열을 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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