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위에 발자국] 얼마나 더 절박해야 증명할 수 있나요: 사회복지에 관해

윤지슬
윤지슬 · 콘텐츠를 다루고 만듭니다
2023/02/18

1. 짓밟히고 망가진 후 살아남는 일

1) 짓밟히고, 깨닫고 벗어난 순간

 

 원 가족과 갑작스레 분리되어 혼자 살아가기로 할 때는 많은 돈이 필요하므로, 얻어맞은 몸과 마음으로 살 길을 찾아 분주히 움직일 수 밖에 없다. 나의 경우는 거의 무일푼 상태였기 때문에 동사무소에 찾아가 서울시 긴급복지 서비스를 신청했다. 이 제도는 나처럼 가정폭력을 당하고 집을 나왔거나 갑자기 병에 걸리는 등 일시적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1차로 긴급 생계비 40만 원을 지급하고, 주거지가 없는 특수한 경우에는 추후 전세대출을 지원해준다. 그런데 신청하고 시간이 흘러도 연락이 없어 주민센터에 전화를 했다. 구청에서 진행한 금융재산 조회 결과, 내 명의로 된 500만원짜리 주식이 뒤늦게 포착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는 모르는 주식이었다. 그런데, 그것때문에 자격이 박탈되었으며 재신청도 불가하게 됐다고 했다. 500만원, 기혼 여성 쉼터에 일정 기간 이상을 머문 후 자립한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자립지원금의 액수와 같다. 사람들은, 그 돈이면 보증금을 구하고 나면 끝이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나는, 내가 쓸 수도 없는 그만큼의 돈이 내 재산이라며 설명도 없이 모든 복지에서 밀려났다. 구청에 전화해 물었다.

“부친이 주식에 손을 잘 대고 공무원이라 제 명의를 이용한 것 같은데, 저는 모르는 주식이에요. 그걸 사용할 길도 없고 당장 집도 없는데, 그럼 저는 어디서 자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담당자분은 아무튼 나는 기준에 맞지 않으니, 지인의 도움을 받든가 해결책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주변인들이 십시일반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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