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환대
2023/07/25
13화 <이름 없는 환대> by 정민
벌거 벗은 남자들 :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
• 이 프로젝트는 기존 남성 섹슈얼리티의 재탕이 아니라,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다.
• 편견과 왜곡, 위계와 대상화로 가득한 남성 섹슈얼리티의 실체를 고발하고 비판해야 한다.
• 그 자리를 더 나은 질문과 고민을 통과한 남성 섹슈얼리티의 탐구로 채워야 한다.
• 그러기 위해서는 남성의 내부고발, 실제적인 경험,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 이 글에는 인터넷 용어 또는 혐오 표현을 직접 인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차별과 혐오의 재생산이 아닌 비판에 그 목적이 있으며, 가급적 사용을 지양하려 노력하였음을 미리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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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 없이 선물을 받은 것은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제23회 한국퀴어영화제에 방문했을 때다. 영화제가 열리는 극장 내부는 지난 7월 1일 열렸던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연장전인듯 했다. 퀴어문화와 관련된 부스가 여럿 펼쳐져 있었고 곳곳의 무지개 깃발과 포스터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축제에서 못다한 아쉬움을 풀고자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는데, 한 부스에서 두분이 벌떡 일어서더니 나를 몹시 반기며 무언가를 들이밀었다. 콘돔과 러브젤이었다. 그것도 한 웅큼, 아니 두세 웅큼씩을.
물건의 정체에 놀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내 활동 영역과 관련이 깊은지라. 오히려 내가 놀란 것은 두분의 태도였다. 아니, 어찌 사람을 이렇게 반길 수 있단 말인가? 반색한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식당을 오랜만에 찾은 손님을 반가워하는 것과는 달랐다. 베시시 웃으며 반갑다는 말을 건네고, 필요하면 얼마든지 많이 가져가라면서 이미 손에 더 쥐어주고 계신 것을 보면 말이다. 환대. 그렇다, 환대였다. 누군가를 반갑게 맞아 정성껏 후하게 대접한다는 마음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환대에 기분은 좋았지만(콘돔 값 아꼈다!...
‘남성'과 '남성성’이라는 의제 중심 페미니즘 활동 단체입니다.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구성원이 남성연대에 균열을 내고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 실천하고자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