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못하는 알바ㅡ새벽 식당

이상미
이상미 · 작가, 강사
2024/04/21


2024년 3월 29일 새벽부터 하는 알바를 시작했다. 소고기 파는 집에서 새벽에 설렁탕, 곰탕, 소고기국을 팔고 낮장사에 필요한 야채를 손질하는 일이었다. 

엄마는 네가 그런일을 어떻게 하니? 였다. '네가 그런 일은'은 부엌일 잘 못 하는 나를 알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이들까지 걱정했다. 나는 모든 사람의 근심이 된 듯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모든 사람에는 나도 있었다. 나도 내가 걱정되어서 안달복달하는 마음이 되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새벽 5시반부터라서 5시엔 출발해야하고 그럴려면 4시반엔 일어나야 하는 거였다. 평소 늦게 자고 7시반쯤 꾸물꾸물 일어나는 나다. 밤에는 수시로 깨고 고민하다 뒤는게 자다 일어나면 수면의 질은 늘 좋지 않아서 하품을 달고 살았다.

새벽 식당 알바 시작은 동네에 사는 송샘 덕분이었다. 송샘의 원래 직업은 간호사인데 아이들이 어려서 아이들 등하교를 봐주고자 일을 쉰다고 했다. 간호사는 주3교대라서 아이들이 학교 갈때 혹은 저녁시간 병원서 보내니 맘이 안좋다고 했다. 집에서 편히 쉬며 아이들 챙기겠지  한 송샘은 쉬지 않았다. 아이 넷이라 도저히 생활이 안된다는 거였다. 송샘이 온갖 알바를 하는 이야기를 했다. 

"무슨 알바해? "

눈을 빛내며 언니 요즘 내 알바 이야기 들어볼래요? 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놀라웠다. 

헬스클럽 청소, 쿠팡새벽배달,  양말에 인형 붙이기, 산모도우미. 그러고도 또 알바를 찾는다는 거다. 주말농장 텃밭을 분양 받아 늘 상추나 고추를 나눠주는 그녀는 세상 누구보다 열심히 살면서도 방글방글 웃는 모습에 나보나 어리지만 존경스런 마음이 들었다. 올 들어 나도 알바를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었다.

지난 가을 고관절이 아파서 일을 못했다. 고관절 통증은 걷지 못했고, 걷지 못하자 모든 행동반경에 안돼. 못해가 따라왔다.  카드로 결제한  병원비와 도수치료비는 엄청났다.  실비가 있었지만 그건 생활비가 되었다. 더이상 글쓰고 강의만 하며 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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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사람이며 책과 글을 매개로 하여 치유글쓰기, 그림책 스토리텔링강의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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