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은 결혼하지 마 근데 결혼해 - 엄마와 페미니즘 하기(8)
2022/11/21
새색시 버선코 앞세워 나에게로 오라
“엄마는 어릴 때부터 너무 외로웠어. 가족이 많지 않으니까 명절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집을 보면 너무 부러워했어. 그래서 나중에 꼭 식구 많은 집에 시집가게 해달라고 빌었어.”
“식구 많은 집에 시집오긴 했지. 근데 엄마, 소원을 좀 더 구체적으로 빌었어야지. 아들 많은 집에 막내아들이랑 결혼하게 해달라고 빌어야지 안 그러니까 시누이만 5명인 종갓집에 하나뿐인 종손이랑 결혼했잖아……”
“식구 많은 집에 시집오긴 했지. 근데 엄마, 소원을 좀 더 구체적으로 빌었어야지. 아들 많은 집에 막내아들이랑 결혼하게 해달라고 빌어야지 안 그러니까 시누이만 5명인 종갓집에 하나뿐인 종손이랑 결혼했잖아……”
엄마의 원가족은 3대 독자인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외삼촌과 엄마, 이모뿐이다. 당시로서는 가족 구성원 수가 적은 편이었다. 엄마에게 가장 가까운 친척이 육촌 오빠였으니. 어릴 때부터 늘 외로웠다는 엄마는 커서 식구가 많은 집에 시집가고 싶었다고 한다.
엄마는 대학에서 전산과를 졸업하고 금방 취업하여 일을 했다. 제법 큰 규모의 회사에서도 일했고 능력도 인정받았다. 출퇴근 거리가 너무 멀어 이직을 고민하던 때에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 이직한 직장에서 아빠를 만났다. 아빠는 자신의 담뱃갑을 엄마의 책상에 두고서 담배 피러 나갈 때마다 엄마 자리에 들러 한 개비씩 가져갔다고 한다. 엄마가 연유를 묻자 엄마 자리가 문가라서 그랬다고 한다. 아무리 내가 이 둘의 딸이라지만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도 안 되는 말로 둘은 연애를 시작했고 1년이 넘도록 사내커플로 비밀연애를 하다가 회사에 청첩장을 돌렸다.
‘경상도 남자’답지 않게 다정다감한 아빠도 아빠지만 엄마가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할아버지 때문이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퇴근 시간 즈음이면 아빠가 아니라 엄마에게 전화하여 ‘홍군아, 집에 맛있는 것을 했으니 저녁 먹으러 오너라’ 하고 말씀하셨고 문득문득 예쁜 꽃다발을 선물해주시기도 했다. 엄마는 이런 집에 시집와 며느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아빠는 ‘새색시 버선코 앞세워 나에게로 오라’는 문장...
선천적 예민러, 프로불편러, 하고재비. '썬'을 이름으로 자주 쓴다. 특별히 잘하는 것은 없지만, 가만히 있기와 시키는 대로 하기는 특별히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