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실감과 판타지의 현실화 - 뉴스영화 내레이션의 효과
2024/02/27
전쟁의 실감과 판타지의 현실화 - 뉴스영화 내레이션의 효과
뉴스영화는 극영화에 비해 턱없이 짧은 분량과 내러티브의 제한된 활용 조건 때문에 프로파간다의 임무를 보조적으로 수행하기도 했다. 그래서 뉴스영화는 본 영화인 극영화를 기다리는 준비 시간 역할을 기꺼이 담당하였다. 뉴스영화는 현실과 영화가 만나는 가교 역할을 떠맡으며 현실에서 극영화의 허구로 진입하는 통로가 되어주었다. 전쟁과 관련한 온갖 풍문이 영상으로 재현돼 펼쳐지는 장면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적 효과로 수용자에게 각인되었을 것이다.
사실로 육박해 들어가려는 뉴스영화의 노력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은 그 자체의 형식을 통해서 담보되기도 했지만 뉴스영화만의 독특한 음향 효과에 의해서도 상당부분 이루어질 수 있었다. 뉴스영화는 기본적으로 무성영화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뉴스영화에도 소리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뉴스영화의 음향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세 가지 소리는 바로 각 장면과 조응하여 ①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배경음악과 ② 특정한 장면에서 그대로 전달되는 토키 형식의 현장음, 그리고 가장 중요한 ③ 선전과 선동의 언어로 구성된 내레이션이다.
영사의 도중에 화폭이 끊어지고 관내에 불이 켜지더니 라우드 스피커가 싱가포르 함락의 특별뉴스를 일러준다. 아나운서의 성도(聲導)-로 관중이 만세를 화창하다. 거리에 나서니 어딘지 없이 소연한 기색이 떠돌며 축하의 장식 등이 벌써 눈에 뜨인다. (이효석, 「<풍년가>보던 날 밤 - 전시 작가 일기」, <대동아>, 삼천리사, 1942. 2)
인용문은 이효석이 방한준 감독의 《풍년가》(1942)라는 극영화를 보고 온 뒤에 쓴 글의 일부이다. 《풍년가》는 어려운 여건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