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없는 아이들, 자립준비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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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3/03/21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냐는 아이의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지금 당장 네가 살기엔 나쁘지 않은 나라지만 내가 죽고 우리집이 파산하고 네가 보육원에서 학교를 다녀야 한다면 그때는 좋은 나라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조사(2020)'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 732명 중 42.8%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라고 응답했다. 독립한 청년들도 고물가에 허덕이다 다시 부모 품으로 돌아가 부모의 돈으로 생활하며 돈을 아끼고, 이십 대 후반이 되어야 제대로 된 직장에 자리를 잡는 청년들이 많아진 세상에서 주민등록증 상으로 '어른'이니 이제 나가서 혼자 살아보라고 하는 것은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다. 한쪽에서는 부모의 과도한 개입으로 지나친 입시경쟁, 고비용 저효율의 사교육, 불법증여, 편법입학, 부정입학, 취업청탁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부모가 없어서 죽음을 선택한다.

보호종료예정아동의 자립준비정도에 대한 주관적 인식을 각 측면에 따라 비교해보면 경제적 자립준비에 대해서는 10점 만점에 4.8점, 심리정서적 자립준비는 6.1점, 사회적 자립준비는 6.0점으로 나타나, 경제적 자립에 대한 주관적 인식이 가장 낮았다.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조사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2020

서른 넘은 자식도 끼고 살며 생활비를 대주는 집에서 안온하게 살아가는 청년들이 있는가 하면 가진 것 없이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부모 없는 청년들도 있다. 보호조치아동의 48.3%는 아동학대로 발생한단다. 부모한테 맞아 죽기 싫어서 국가를 선택한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다. 열여덟이 되면 국가도 손을 뗀다. 서류에 더 이상 보호자 서명이 필요하지 않은 어른이니, 혼자서 잘 살아가라며 2천만 원도 안 되는 돈을 주고 내보낸다. 5년 동안 월 40만 원의 자립수당을 받으며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 비싸고 고단하다. 이런 청년들이 1년에 3000명씩 맨몸으로 자립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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