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두부 2024년 2월호 사랑은 당연한 일이잖아? _그 여자와 친해지기 (feat. 한동근 ‘관계’)

이유경
이유경 · <서른아홉 생의 맛> 저자, n잡러
2024/05/21
그 여자는 도통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오늘 이 글을 통해 그 여자와 나의 관계를 다시 재정립해 보려고 한다. 그 여자를 알게 된 건 작년 11월이다. 난 작고 매우 귀여웠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자의 표정은 어딘가 뭔지 불편해 보였다. 다들 날 보면 귀엽다거나 환호성을 질렀는데 그 여자는 잠시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게다가 그 여자는 내 옆으로 오지도 않았다. (그 여자는 거의 주방에 있거나 무언가를 들고 집안을 돌아다니고, 나머지 시간에는 대부분 식탁에 앉아서 한 입 베어 문 사과그림이 있는 네모난 소리 나는 기계를 쳐다보며 계속 두드리고 있다.)

작년 11월에 비해 나의 몸무게는 두 배가 되었다. 윤기가 나고 조금 더 잘생겨졌다고 해야 하나. 불안함도 줄어들고, 세상에 대한 미움과 분노도 사거라 들었다. 내가 버려진 이유는 나도 모르지만, 난 약 5개월간을 떠돌아다녔다. 늘 춥고 배고팠다. 하지만 난 늘 꿈을 꾸었다. 마음껏 먹고, 신나게 놀고,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나는 꿈을. 그리고 그 꿈은 이루어졌는데,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는데, 바로 그 여자다. 요즘 내 머릿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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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 생의 맛> 저자. 겹쌍둥이 네 아이를 키우며 생존을 위한 읽기와 쓰기, 멍때리기를 반복. 쉽고 좋은 글을 써서 조금 웃기고픈 욕망이 있는 수줍은 사람. 청소년 소설, 동화도 쓰는 중. - <여자의 가슴> 2018년 울산신인문학상 등단 - 2019년 <서른아홉 생의 맛> 출간 - 어린이 단편 동화<꾸벅꾸벅 할머니와 깜박깜박 가로등>으로 동서문학상 맥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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